날 연보(Day-Offering)를 드렸던 우리 선배들…

김재열 목사

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한국 교회사를 읽는 중에 보기에도 생소한 ‘날 연보’라는 말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복음을 믿고 새 생명을 받아 변화를 받은 성도들이 물질로 헌금할 형편들이 되지 않았을 때… 주로 농한기를 이용해서 하나님과 교회 앞에 ‘앞으로 며칠간을 날 연보를 작정합니다.’ 제출하면 교회는 이를 모아 통계를 내어 기도하고 큰 열매가 맺히기를 위해서 기도했다고 합니다. 

‘날 연보’ 제도는 1904년 11월 북장로회 선교 구역인 평북 철산 사경회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 주간에는 선천 사경회에서는 625일을, 의주 교인들은 524일을, 강계 교인들은 720일을 날 연보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2년 사이에 이 ‘날 연보’ 헌신이 전국 각지로 확산되었던 곳곳 마다 집회 마지막 날에는 의례적으로 성회 감사헌금 대신에 시간을 바치는 날 연보 헌신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총 1천일을 바치는 교회도 있었는데 진남포에서는 어느 부인 성도가 1년 중 6개월을 전도하는 일에 바치겠다고 서약했다고 합니다. 이런 날 연보 헌신이 ‘백만 구령 운동’의 큰 역할을 제공했습니다. 1910년 한 해 동안에 바쳐진 날 연보가 10만 일을 넘었는데 계산해 보면 274년에 해당하는 시간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헌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날 연보를 작정한 성도들은 매서인들이나 전도 부인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무급으로, 자비량으로 헌신하여 평소에 가보지 못한 산간지역들과 외딴 곳까지 찾아가서 쪽 복음을 전하고 영혼들을 구원하는 일들이 일어나서 기도처소를 만들고 훗날에는 그 지역에서 교회로 성장하는 예들이 허다했다고 합니다. 

이런 한국의 날 연보가 아프리카 선교사들에게도 알려져서 많은 효과를 보게 되었는데 평양 신학교 교장이었던 마펫 선교사의 보고서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서편 흑인교회에서 조선교회 성도들의 날 연보 소문을 듣고 이것을 모방하여 암놀 교회에서는 교우들이 날 연보 한 일수가 3,465일이요, 풀런 교회에서는 5,995일을 전도하기로 작정하여 신입교인들이 229명이 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서울의 신반포 아파트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 대청소의 날을 정하고 전 교인들의 참여를 광고했습니다. 정작 그 날이 되었을 때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청소하러 나온 사람들은 집사, 권사들이 아닌…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모님들을 대신해서 파출부들로 교회가 가득했다 고 합니다. 웃어야 할지? 고무적인 섬김으로 받아드려야 할지? 잘 분별이 서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은 극도로 ‘시간이 돈’ 이라는 관념이 굳어진 산업화 시대입니다. 직장도 시급으로, 일당으로 계산 되는 현실에서 시간을 드리고 날을 드린다는 것이 더욱 어려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것이기에 가장 귀한 우리들에게 주신 날들을 하나님께 헌신하는 ‘날 연보’로 본을 남겨준 우리 한국 교회 초창기 선배들을 따라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필자가 잘 아는 젊은이는 20살 때에 솔로몬의 일천 번제에서 힌트를 얻어 한 해 동안 예배당에 나가 일천 번 기도하겠다고 서원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매일 새벽기도회와 오후에 또 한 번의 교회당 기도, 주일 낮과 밤, 수요기도회, 금요 찬양대 기도회, 토요일 청년회 기도회에 꼬박 꼬박 나가서 모두 990번 플러스 덤으로 10번 더 … 정확한 ‘1천일 날 기도 번제’를 바치면서 그 날 이후 오늘까지 57년을 이어오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산업경제가 대세인 현대 성도들이 이제는 현금 봉헌도 귀하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귀한 ‘날 연보’로 본이 되었던 우리 한국교회 선배들의 뒤를 따라가는 시대가 회복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jykim47@gmail.com

02.03.2024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