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인생은 마치 운동 경기와도 같다. 전반전에 아무리 골을 많이 넣어도 후반전에서 패배하면 그 인생 게임은 승리한 게임이 되기 어렵다. 게임의 승패는 후반전이 끝나야 알 수 있다. 초반에 아무리 잘 나가도 후반전에 역습을 당하면 그 경기는 역전패를 당하는 패배의 게임으로 끝나는 것이다. 또한 전반전에 일방적으로 꼴을 먹어 실망한 응원단이 모두 스텐드를 떠났다고 해도, 후반전에 역전승을 하면 그 경기는 결국 승리하는 게임이 된다.
경상도 어느 고장의 부농의 아들로 태어난 K 씨는 인생 전반전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최상급인 금수저의 삶을 살았다. 요즘도 일류로 알아주는 SKY대학을 졸업했다. 여기다가 한국 남자들의 선망이었던 제1기 ROTC학사 장교 출신이었다. 신장은 날씬한 180센티의 일류 멋쟁이 스타를 방불케 한 핸섬한 사나이였다. 게다가 E대학 미모의 아가씨를 아내로 인생 전반전을 시작했으니 최상의 행복을 누리고 살았다. 직장 마저도 유명회사의 미주 지사장으로 파송을 받았으니 그의 인생은 날개를 달고 천상의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60년대에 귀족 스포츠였던 골프가 싱글이었다고 했다.
이런 금수저 인생들의 결정적인 약점은 신앙이 없다는 것이다. 아내의 신앙 마저도 욱박 지르면서 선데이 크리스천을 강요했다. 아내가 새벽기도라도 갔다 오는 날에는 여지없이 성경책이 공중비행 하곤 했다고 한다. 팔팔하던 세월을 보내고 나이 60줄에 들어서면서 아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겨우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아내의 옆자리를 지켰을 뿐이었다. 잘 나갈 때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졌을 때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지만 회복된 후에는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다고 했다.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내던 어느 날 직장에 나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로 한마디 인사없이 남편을 홀로 두고 아내는 떠나고 말았다.
외로운 기러기는 절망적인 삶을 안고 살아야 했었다. 지난 날들의 영화와 부귀가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곱씹으면서 하루하루를 회한과 후회의 삶으로 버텨야 했다. 오로지 유일한 소망은 아내가 떠난 예배당 곁자리에 홀로 앉아 지난날 아내에게 잘하지 못했던 것들을 사죄하는 맘으로 지내는 것이 유일한 삶의 존재 이유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주일 한 마디의 광고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늙어 백수가 될 때에도 여호와를 찬송하고 전하게 하소서’ 세계는 실버 선교사를 부른다! 뉴욕 실버 선교회를 설립하고 두 번째 강의 신청을 받는다는 광고가 그의 인생의 반전을 일으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실버 선교 훈련을 마치고 한 주간 멕시코에 단기선교를 나갔다. 너무나 어렵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의 마을을 바라보면서… 그는 동정의 눈물로 기도하다가 해보다 더 밝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강력한 소명에 사로잡혔다. ‘네가 이 백성들을 책임져라!’ 는 부르심 앞에 순종하고 홀몸으로 멕시코 선교지에 안착을 했다. 한국말 하는 사람 단 한사람도 없이 그는 현지에서 굳건하게 버티기 시작했다. 그는 멕시코 시골 마을에 ‘실버 미션 농장’을 개발했다. 온갖 채소를 가꾸고 이익금을 통해서 개척교회의 목회자들의 생활비를 도우며 하나님 나라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67세였다.
그는 먼저 교회가 없는 마을을 찾아 어린아이들과 부녀자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본인은 현지 말로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설교는 할 수 없어서 현지 신학생들을 담임목회자로 청빙하기 시작했다. 틈틈이 농사하면서 전도하고 목회자를 청빙해서 후원하면서 일군 교회가 지난 17년 동안에 17개가 세워졌다. 교회들이 성장하면서 예배당을 건축한 교회도 몇 교회가 되었다. 참으로 그는 84세가 되기까지 인생 후반전을 멋있게 마치고 지난 주간 우리들 곁을 떠나갔다. 인생 게임 후반전에서 위대한 승리의 팡파르를 울리며 영원한 주님의 나라에 안기었다. 지금도 세계는 실버선교사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 해도 찬란하지만 저녁 노을은 천지를 붉게 화려하게 물들인다. 지금도 14개 나라에서 몸바쳐 후반전을 뛰는 뉴욕의 실버 선교사들이여 인생 마지막 후반전에서 위대한 승리가 있을찌어다!!!
jykim47@gmail.com
10.14.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