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필자가 스무 살 때였습니다. 3년간 생사를 넘나드는 질병을 은혜로 회복한 직후였습니다. 주님께 새롭게 받은 새 생명을 주님을 위해 바치겠다고 맹세하면서 매일매일 예배당에서 지내고 있었을 때 겪었던 이야기를 나눕니다.
매일매일 하루의 일과는 예배당에서 시작해서 예배당에서 마쳤습니다. 새벽기도회를 알리는 종 치는 일로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새벽 예배당에 불을 켰고, 방석을 깔고, 겨울엔 톱밥 난로를 지폈고, 끝나면 청소를 했습니다.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청년회와 성가대… 심지어 교회 재정 장부를 맡아서 기록했습니다. 자주자주 담임 목사님이 환자 심방 할 때마다 저를 불러 동행하셨습니다.
새해 첫 주일이 되었습니다. 새해 제직원 명단을 임명했습니다. 거기에 내 이름 석자도 있었습니다. 매우 쑥스럽고 부담감이 짓눌렀습니다. 나는 그냥 “김 선생!”으로 족했는데… 문제는 나는 그렇다 치고… 청년회 성경공부 인도하면서 성가대 지휘를 하시는 조 집사님의 이름이 직분자 명단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분은 다른 교회에서도 오랫동안 집사로 봉사했다고 해서 우리 교회에서도 “조 집사님!”으로 불렸는데 새로운 제직원 명단에 그 이름이 없었던 것입니다.
새해 첫 주일 예배가 끝나고 모두 다 돌아간 다음이었습니다. 청소하고 있는데 담임 목사님 사택에서 들리는 큰 소리가 나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집사 임명을 받지 못한 조 집사가 불평과 불만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제 스무살 김 선생은 집사 직분을 주면서 왜? 나는 집사 임명을 안 하는 겁니까? 이 교회 오지 말라는 소리인가요? 교회가 여기 밖에 없는 줄 아세요?’ 매우 흥분한 조 선생은 매우 격분한 모습으로 문을 쾅 닫고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 광경을 가까이 지켜본 나는 매우 처신이 곤란했습니다. ‘목사님! 왜? 조 집사님을 임명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런 직분 없어도 봉사할 것입니다. 조 집사님은… 실수로 누락하셨나요?’ 아무리 여러 말로 묻고 말씀드려도 담임 목사님은 계속 침묵하시면서 고개만 갸우뚱하시곤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한국 모든 교회들이 새해 첫 주일에 제직원들 임명하고 밤 예배엔 헌신 예배를 드렸습니다. 섭섭했던 조 집사님은 옆 동네 교회 밤 예배에 나갔습니다. 그 교회도 역시 제직원 헌신 예배를 했습니다. 타 교회 목사님이 강사로 나와서 첫 마디가 조 선생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직분을 받지 못해서 시험에 빠지신 분들이 있으면 당장 회개하기 바랍니다. 직분은 목사가 주기 전에 교회 머리이신 주님께서 주시는 직분임을 믿어야 합니다. 어떤 형편에 있든지 순종하시기 바랍니다. 남의 교회당에 처음 나와 앉아 있던 조 선생의 정곡을 찌른 말씀에 선량한 조 선생이 회개를 했습니다.’
조 선생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담임 목사님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성가대도 지휘하셨고 청년들 성경공부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절대 담임목사님은 조 집사님을 서리 집사로 끝까지 임명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나는 이 광경을 처음부터 현장에서 봤기 때문에 수요일 밤에 서리 집사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3일 집사는 끝났지만, 여전히 섬김은 계속됐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5월이 됐을 때 느닷없이 형사들이 조 집사님을 잡아서 감옥에 가두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고등학교 음악 교사였던 조 집사가 공금을 훔쳐서 숨어 있다가 잡혔던 것입니다. 나는 3일 집사 사건을 통해서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 변두리 허름한 개척교회에서 서리 집사 한 사람 세우는데도 살아 계신 교회의 머리인 예수께서 주관하신다는 진리를 확실하게 목격했습니다. 나는 매년 새로운 직분자들을 세우면서 이 3일 집사 사건을 재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년 나는 새해 첫 주일에 직분자를 임명하면서 3일 집사 사건을 반복하면서 맡겨 주신 직분에 충성을 외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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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