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를 넘어서

김재열 목사

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어느 엄마와 아들이 놀이공원에 갔단다. 엄마가 앞장서서 매표원에게 큰소리로 외쳤단다. “어른 하나! 애들 하나요!” 매표원이 되물었다. “애가 몇 살인가요?” 이 엄마 잠시 망설이더니… “글쎄~ 네 아들이 이제 70이 됐나? 안됐나?” 했답니다. 모든 자식은 엄마의 둥지에 담긴 새끼일 뿐이다. 자식을 무의식을 사랑하고 떼놓을 수 없는 모성애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이 모성애가 교육과 연결되면 틀림없이 치마바람을 일으킨다. 미국 엄마들의 모성적인 치마바람도 대단했다고 한다. 언젠가 뉴욕 업스테이트 베어 마운틴 자락에 있는 웨스트포인트의 미국 육군 사관학교를 관광을 했을 때에 교수 부인들이 관광 안내를 하면서 얘기이다.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늠름한 새끼 새들이 성장해서 이제 사관 생도가 되었는데도 어미 새들은 새끼 새들이 남기고 간 빈 둥지만 쳐다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캔사즈 애빌린에서 뉴욕으로 날아온 어미 새들은 자식들이 잘 보이는 사관학교 건너편 높은 언덕의 주택들을 임대하여 거주하면서 망원경으로 하루 종일 캠퍼스를 내려다보는 것이 어미 새들의 일과였다고 한다. 사관학교의 치마바람의 선두주자로는 단연 메리 핑키라는 맥아더와 아이젠하워 생도의 어미 새들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일거수일투족을 지켰지만 새끼 새들은 몰래 학교를 벗어나 베어 마운트 산장 호텔 바에서 맥주 마시고 담배 피우다가 들켜서 벌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제 뉴욕의 어미 새들도 멀리 대학으로 날아간 새끼 새들이 남기고 간 빈 둥지들만 바라보는 계절이 되었다. 창조주 하나님을 이해할 만한 잉태와 출산과 양육의 특권을 누린 어미 새들이 분신 같은 새끼들을 떠나보내고 허탈감에 빠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방을 봐도, 저 방을 봐도 남기고 떠난 새끼들의 빈 둥지 들뿐이다. 온몸에 기운이 돌지를 않는다. 전신이 힘이 없어졌다.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른다. 그리고 온종일 눈앞에 멀리 떠난 새끼들 모습만이 눈앞에 어른거릴 뿐이다. 매사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늘 엄마 품에 끼고 살았던 새끼들이 날개 짓을 하고 멀리 날아가 버릴 때 성숙한 어미 새들은 즉시로 빈 둥지를 헐어버린다고 한다. 이 결단 있는 어미 새들의 교훈을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엄마들이 배워야 할 것이다.

빈 둥지 증후군이 심해지면 우울증과 자아 상실증까지 겹쳐서 공황장애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자식이 떠난 것이 아니라 엄마들 자신의 정체성이 빠져나가 버린 상태를 알아차려야 한다. 이제 엄마들은 과감하게 새끼 새들과 연결되어 있는 탯줄을 믿음으로 잘라버려야 한다. 이제는 어미들이 스스로 삭발을 하고 속세를 떠나는 수도승처럼 모자간의 결별을 선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수요일 오전에 홀로 남은 어미 새들을 모아 ‘어머니 비전 기도회’를 오픈한다. 외로운 어미 새들이 함께 모여 빈 둥지를 찬양의 불 속에 태운다. 눈물로 강수로 떠내려 보낸다. 이 불꽃은 연기가 되어 하늘님의 거대한 초청장이 되어 되돌아온다. 어미 새들은 이 초청으로 쾌유를 만끽한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 네 자녀들은 빨리 걸으며 너를 헐며 너를 황폐하게 하던 자들은 너를 떠나가리라”(이사야 49:15-17)  

jykim47@gmail.com

09.1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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