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요즘 뉴욕의 음산한 겨울 날씨를 만날 때엔 여러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커피를 연거푸 두 잔을 마셔도 별로 기분이 상승하지 않을 때… 음악도, 유일하게 시청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다큐도 관심이 끌리지 않을 때에 나는 30년도 넘도록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한권을 꺼내 들곤 한답니다.
101가지 감동 스토리만을 모아둔 책입니다.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혼자 읽고 넘길 수 없는 감동과 감격들이 깊이 묻어 있답니다. 어제 오늘 종일 내리는 겨울비 속에서 도저히 혼자만 알고 덮을 수 없어서 여러분과 함께 있는 그대로 함께 읽어봅니다. 댄 클라크라는 독자가 올린 가슴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내가 십대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빠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려고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습니다. 한 가족들이 표를 사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가면 한 발, 한 발 매표소 앞으로 다가서고 있는데 왜 그렇게도 더딘지?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마침내 우리 앞에 한 가족만이 남았습니다. 그 가족들은 열두 살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8명이나 되는 대 식구였습니다. 모두들 한결같이 흥분과 기대감으로 넘쳐보였습니다. 아이들의 겉모습들은 결코 부자 집이 아닌 것이 분명했습니다. 입고 있는 옷들은 고급은 아니었지만 하나같이 정갈했고 행동들도 모두 나름대로 기품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부모 뒤에서 흥겹게 기다리면서 이제 곧 펼쳐질 어릿광대 흉내를 내기도 했고 코끼리들이 부릴 묘기에 대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들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그날 밤이 평생 잊지 못할 신기로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도 자랑스러운 얼굴로 맨 앞에 서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흐뭇한 미소를 교환하고 있었습니다. 부부들은 손을 잡고 매표소 창구에 고개를 숙여서 입장권을 주문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이! 우리 가족들 아이들 8장 어른 두 장 부탁합니다!” 여직원이 입장료가 얼마라고 말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 순간 아이들의 엄마는 잡고 있던 남편의 손을 놓고 순간적으로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남편의 입술도 가늘게 떨려 보였습니다. 아빠로 보이는 남자는 창구에 몸을 숙이고 다시 물었습니다. "지금 얼마라고 했어요? 매표소 직원이 다시 금액을 말했습니다. 그 남자의 당혹스러운 모습을 볼 때 분명이 돈이 모자라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아이들에게 오늘 돈이 모자라서 그만 돌아갔다가 다음날 다시 와야 한다고 어떻게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참으로 난감한 상황을 만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의 기대를 도저히 꺾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순간적으로 굳어 있는 그 때였습니다. 그 난감한 상황을 바로 뒤에서 보고 있던 나의 아빠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20달러 지폐 한 장을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런 다음 아빠는 몸을 굽혀 다시 집어 들고 앞에 있는 그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헬로! 조금 전에 당신 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네요!" 아빠는 20달러 지폐를 그 남자의 손에 건넸습니다. 그 남자는 무슨 상황인지 금새 알아차렸습니다. 당혹스러운 극한 상황에서 요청하지도 않았던 뜻밖의 도움의 손길을 마치 천사가 준 선물을 받듯이 그 남자는 아빠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지폐를 받아들였습니다. 그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 가족들에게 정말로 큰 선물입니다." 그 남자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뒤를 돌아다보면서 두 손을 높이 들어 답례하는 동시에 10명의 온 가족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서커스 장 입구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날 밤 비록 나와 아빠는 서커스를 보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나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빠의 감동스러운 서커스를 봤습니다. 난 그날 밤 진짜 감동스런 그 서커스가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식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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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