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인생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입니다. 부모를 만나고 자식도 만납니다. 친구도 만나고 선생님들도 만납니다. 배우자도 만나고 직장 동료들도 만납니다. 교회 목사도 만나고 교우들도 만납니다. 그러나 모든 만남의 끝은 언제나 헤어짐입니다. 때가 되면 반드시 헤어집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이것은 인생의 본질이고 성경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동안 교회를 섬겨온 박 목사님과 헤어지는 날입니다. 박 목사님은 30대에 우리 교회 중고등부 전도사로 부임하여 이제 50대의 중견 목사가 되어 떠납니다. 싱글로 왔었지만 이제는 아내와 가정을 갖은 가정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온유하고 성실한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교회 제자들이 이제는 엄마 아빠들이 되었습니다. EM의 전도사도 되었습니다. 참 보람 있는 목회를 하고 떠납니다.
전도서 3장에는 28가지의 때를 기록합니다. 태어나고 죽고, 심고 뽑고, 죽일 때도 있지만 치료할 때가 있고, 헐 때도 있으면 세울 때도 있다고 하면서 범사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지만 그 끝이 다시 만남으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서 영원을 사모하며 아름답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통치와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오늘 박 목사님과 헤어짐도 끝이 아니라 다시 만날 때도 있음을 믿고 축복하면서 보내야 합니다.
미국 목사님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약 4년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청소년 지도자들은 평균 3년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간에 비하면 박 목사님은 19년을 섬겼습니다. 오래 참음과 기대 속에서 섬겨 왔다고 봅니다. 한 10여 년 전에 박 목사님이 교회를 떠나 독립목회를 하겠다고 사임을 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 나는 때가 아니라고… 좀 더 목회훈련을 하고 나이도 좀 더 많아진 후에 가면 좋겠다고 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25년 동안 담임목사를 하는 이 교회를 거쳐 갔던 수많은 부목사님들과 전도사님들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분들이었지만 결국은 자신을 얼마큼 준비하는 가에 따라서 다양한 미래를 펼쳐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코이라는 물고기를 작은 어항 안에서 기르면 작고 아담한 사이즈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코이를 강에 내어놓으면 1미터 정도로, 바다에서 기르면 2미터가 넘는 초대형 물고기로 성장한다고 합니다. 박 목사님도 이제 인생의 연륜이나 목회의 경력을 갖고 성령 안에서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면 큰 사역을 감당할 것을 믿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섭섭함보다는 기쁨과 소망 찬 격려의 헤어짐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물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지만 다시 비구름이 되어 땅으로 쏟아집니다. 쏟아진 빗물들은 시내가 되고 강이 되어 흐르면서 온 땅의 생명을 틔웁니다. 계속 꽃과 열매를 맺게 하듯이 우리의 만남과 헤어짐이 주님의 또 다른 사역과 믿음의 꽃과 열매가 되어 다시 만날 날을 격려하며 축복으로 보내는 날이기를 기도합니다. 복된 만남과 복된 헤어짐을 통해서 영원을 사모하게 하시는 주님의 섭리와 뜻을 아름답게 함께 이뤄갈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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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