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3박 4일보다는…

김재열 목사

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틴에이저 시절에 폐결핵으로 요양소 침대에 누운 후 실로 54년 만에 병원 침대에 4일을 눕게 되었다. 주일 1부 예배 중에 강단 계단에서 살짝 넘어졌다. 외상은 없었는데 안경이 바닥에 부딪치면서 안구를 바치는 물렁뼈를 깨뜨렸다고 한다. 눈도 뜰 수가 없었고 구토를 동반하는 통증이 이틀간이나 지속되었다. 주일 1부 예배를 겨우 마치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 혼미한 상황에서 이동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검사라는 검사는 다 받았다. 12시간 후에 먼저 말한 통증의 원인을 찾아냈다. 깨진 뼈에 민감한 시신경들이 마찰을 일으키는 통증을 집에서는 제어할 수 없으니 3, 4일 입원해서 혈관주사로 진통제를 투입해야 한다고 해서 일반 병실로 옮겨갔다. 다음 날 정오가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 때서야 주일예배 중에 구체적인 광고도 없이 담임목사가 응급실에 갔다는 광고만 듣고 염려하던 교우들에게 소식을 전할 수가 있었다. 

일반 병실에서 첫 날밤은 옆 침대의 갬비노 할아버지의 심한 기침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 다. 쉴 새 없이 들락거리며 간호하는 의료진들의 수고의 걸음들이 쉬지 않았다. 아침이 밝았을 때 옆 침대에 다가가서 나를 소개했고, 밤새도록 당신을 위해서 기도를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예수님을 소개했다. 나이가 많은 그 분은 미국장로교회의 멤버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는 반가움으로 함께 기도했다. 한참 기도하는 가운데 ‘할렐루야!’를 외치며 우리 기도에 합세한 담당 간호사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금새 병실이 기도실이 되었다. 친절한 스테파니 간호사는 펜타코스탈교회에 나간다고 했다. 그녀의 십자가 목걸이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하나님께서는 그 날 우리들의 기도를 응답하셨다. 둘째 날 밤 감비노 베니 할아버지는 아주 평안한 가운데 잠을 잘 이루었다.  

3일 동안 침대에 누워서 간호사들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크리스라는 한국계 남자 간호사는 복음 듣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주로 누워서 바이블 드라마를 들었다. 그리고 총회 교육부가 주관하는 목회자 재교육 강의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2일 동안 들었다. 젊은 신학교 교수목사님들의 귀중한 강의였는데… 정신을 집중할 수 없어서 녹화영상을 요청해서 다시 듣는 중에 있다. 

병원에서의 3박4일은 많은 것을 깨닫는 훈련의 현장이었다. 사람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그날 주일 예배에 외부 강사의 설교를 회중석에서 듣고 강단에 오르다가 살짝 실족한 것이 병원 신세에, 전신마취, 수술을 받고 두 주간 눈을 감고 지낼 줄을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참으로 ‘사람이 장래 일을 알지 못하나니 장래 일을 가르칠 자가 누구이랴’(전8:7)는 말씀을 생생하게 실감했다. 또한 비범한 일이 없어도 평범한 그 모습 그대로가 하나님의 비범한 은혜요, 특권인 것을 과거엔 미처 몰랐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그 이유를 또 한 번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더 놀라운 일은 내 성격이 매우 급했다는 것을 이번 사고를 통해서 확인하게 되었다. 병원을 나온 후 두 주간이 지났다. 시력에 결정적인 문제가 없어서 차를 운전하고 거리로 나섰다. 퇴근 시간의 도로는 여전히 정체 상태였다. 그 전 같으면 갓길을 통해서라도 빠져 나갔을 텐데 3박4일 병원 체험을 한 후에 내가 변해있음을 보고 스스로 놀랐다. ‘그래! 이 길에서 몇 시간인들 못 기다릴까? 기다림 자체가 행복인 것을… 깜깜하고 차가운 응급실에서 12시간 기다림과 비교한다면 지금 차 안에서는 천국을 누리는 것이지…’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들 위로 쏟아지는 5월의 찬란한 태양, 선명하게 울리는 FM 음악들…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이 기다림의 끝은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20분도 안 되어 앞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는 나는 포근한 집으로 돌아왔다. 왜?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셨는지 다시 한 번 피부로 체험하는 순간순간들이 참으로 행복했다. 

병원에서의 3박4일보다는 아무 일이 없어 무료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또 다시 떠오르는 말씀이 생각났다.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아파서 침대에서 사는 것보다 막히는 도로 위에 서있는 것이 좋사오니 여호와 하나님은 나의 태양! 나의 방패이십니 다”(시84:10). 할렐루야!!! 

 

jykim47@gmail.com

05.2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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