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지킬과 Mr. 하이드

김재열 목사

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법학자요 의학박사로서 사회적인 봉사활동도 열심히 앞장선 지킬드 박사는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남성의 로망이었다. 문제는 이런 겉모습과는 반대로 남몰래 이중생활을 살아온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킬드 박사는 자신 안에 있는 선과 악을 분리하여 선으로 악을 조절할 수 있는 실험에 착수한다. 묘한 약품을 만들어낸 지킬드 박사는 자신이 직접 실험대상이 되었다. 이 비약을 마시자마자 금새 고상한 지킬드 박사는 사라지고, 비열한 모습의 완전히 다른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이름의 한 사람으로 급변했다. 낮에는 고상하고 존경받는 지킬드 박사로, 밤에는 온갖 추악한 악행을 저지르는 하이드 씨로 살면서 사회적 체면으로 억눌려 살아오던 스트레스를 분출해낸다. 아무도 몰라보는 하이드로써 온갖 쾌락을 즐길 수 있게 된 지킬 박사는 순간순간이 기뻤다. 실험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약을 먹지 않아도 스스로 하이드로 변신하는 비법도 터득했다. 해독제를 삼키면 본래의 지킬드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점점 약물의 중독으로 해독제가 더 이상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뜨리고 만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저지른 경찰 살인범이 된 지킬드는 더 이상 쫓길 수 없는 상황에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국의 작가 로버트 스트븐슨의 지킬드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이라는 소설의 간단한 내용이다. 이 작품은 훗날 격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격고 있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헐크’라는 작품을 파생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Dr. 지킬과 Mr. 하이드는 겉으로는 체면을 차리면서도 속으로는 욕정으로 가득했던 당시 유럽사회의 위선에 대한 고발장이기도 했다. 하나님중심의 전통적인 낭만주의에서 권태를 느낀 서구인들이 서서히 새로운 사상으로의 탈출을 시도하던 시대였다. 인간 이성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적인 철학과 사고론들이 대두되고 있었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고함소리가 전통적인 권위와 질서들로부터 탈출하도록 부추겼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지식욕을 채우려했던 파우스트도 역시 동반자 역할을 했다고 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욕망과 행동을 통제할 책임을 갖고 있다. 스스로가 자신들을 잘 통제하게 될 때 인간들은 안전한 사회를 이루고 모든 인간관계와 자신의 삶 속에서 순리를 이루며 화평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사회적 유명도를 누리는 인간이라고 해도 내면의 절제되지 않는 악을 추종해서는 인간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 문제는 누구나 안고 있는 내면의 선과 악이라는 이중인격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인디언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퀴즈문제를 냈다. 할아버지가 어려서 흰 강아지와 검정 강아지 두 마리를 키웠는데 이놈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웠단다. 어느 강아지가 이겼을 것 같으냐? 알아 맞혀 보거라! 정답을 모르겠다는 손자에게 할아버지는 ‘힌트를 주마! 네 마음에 두 마리 강아지가 싸우고 있다면 어떤 강아지가 이길 것 같으냐?’ ‘힘센 강아지가 이기겠지요?’ ‘그럼 힘이 세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밥을 많이 먹이면 되겠지요…’ ‘그래! 맞단다. 밥 많이 주는 강아지가 이겼단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선이라는 흰 강아지와 악이라는 검은 강아지를 가지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고’(ego)와 ‘수퍼이고’(super ego)의 갈등이라고 설명한다. 

성경에서는 육적인 욕망과 성령의 욕망이라고 정의하면서 육체의 욕망은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방탕이라는 드라이브에 끌려 살지만 거듭난 새 사람은 성령으로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의 드라이브에 이끌려 살아간다고 했다(갈5:21-23). 

사람들은 누구나 본능적인 욕구충족을 안고 살아간다. 식욕이라는 본능을 통해서 육적인 생명의 연장을, 안정의 욕구를 통해서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성욕을 통해서 인간의 고독을 해결하고 후손들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이 본능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인생 행복의 지름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적정선에 미치지 못하고 지나침으로 기대치 않는 비극을 만들어 낸다. 과식과 무절제를 통해서 육체적인 건강을 상하기도 한다. 특히 성적인 욕망은 예리한 칼날 같아서 잘못 사용하면 커다란 상처와 비극을 겪게 된다. 그러나 선하게 사용하면 사회적으로 덕망을 받고 미래의 좋은 후손들을 이루며 존중받는 가문을 이루게 된다. 조물주는 이 기본적인 욕망을 통해서 인간의 흥망성쇠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바울 사도도 원하는 선을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악을 행하는 자신을 살펴볼 때 자기 안에 악이 공존하고 있음을 탄식하기도 했다(롬7:19-).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가면서 꺼지지 않는다는 육체의 정욕을 어떻게 처리하고 살았을까? 이 독신의 생활은 특별한 은사를 받기 전에는 가능치 않다고 했다. 정욕이 불일 듯 하면서 독신으로 사는 것보다는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했다(고전7:9). 따라서 성경은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삼가 해야 할 일도 충고하고 있다. 자신만의 우물에서 흡족하게 마시는 것이 젊음의 축복이라고 하면서 본인의 우물을 타인으로 하여금 마시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고 권하고 있다(잠5;15-). 사회적인 인권보호와 연약한 여성의 권익을 선도하고 보호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이중인격과 성결한 삶을 관리하는 것이 Dr. 지킬로 영원히 살아남는 비법이다. 

jykim47@gmail.com

07.2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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