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험해 본 영상 총회

김재열 목사

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Covid-19 사태로 인하여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제44회 정기총회가 온라인 영상으로 진행되었다. 2백여 명의 회원들이 사상 처음으로 영상 총회에 참여하면서 가졌던 개인적인 소감들을 적어본다. 원래 이번 총회는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제 3의 장소로 캔쿤이라는 휴양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작년에 그 장소가 결정되었을 때 회원들은 마치 맛있는 외식을 기대한 것처럼 캔쿤에서의 색다른 총회를 체험하게 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야박한 코비드는 소박한 꿈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 영상 총회를 준비하는 위원들은 처음 접하는 경험들이라 행여나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의 준비에 대비했다고 한다. 한두 달 전부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예행연습을 거듭해왔다. 부총회장 모의투표도 두 차례씩 시도하였다. 19개의 각 상비부의 회의도 미리미리 영상 회합으로 준비했었다. 그리고 예정된 날에 역사적인 영상 총회는 개회를 하였다.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오후 7시에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2일 동안의 회무를 잘 처리한 후에 폐회하였다. 

우선 개회 시작하기 전에 미리들 영상에 들어온 회원들의 얼굴들을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캐나다와 미국 전역과 중남미 그리고 필리핀에 흩어져 있는 30개 노회의 목사 회원과 장로 총대들이 각자의 인터넷 화면에 얼굴들을 올리고 있었다. 증명사진보다는 약간 큰 화면 속에서 많게는 25명의 회원들 얼굴이 비춰졌다. 회원들 전체를 보려면 이 화면들을 10차례 이상 넘겨야 볼 수 있었다. 사회자나 발언자의 얼굴은 전체 화면을 차지해서 아주 가까운 친근함을 맛보며 시청할 수 있는 편리함도 좋았다. 

우선적으로 영상 총회의 편리함은 지역적 공간 거리감을 없애주었다. 첫 순서였던 개회예배의 진행을 보면 더욱 실감이 났다. 예배 사회자는 LA에서, 대표 기도와 성경 봉독은 각각 NY에서, 워싱턴에서, 설교자는 뉴저지에서, 그리고 축도는 토론토에 있는 회원이 각각 담당을 했다. 찬송을 부를 때에는 화면에 올라온 악보와 반주에 따라서 아시아에서 북미와 중남미에서… 하와이에서 알라스카에서 각각 불렀지만 우리는 모두 한 자리에 있는 듯한 공간을 초월한 일체감을 잠시 실감하기도 했다. 

참 좋은 세상이었다. 부총회장을 투표하는 일도 아주 간단하게 신속하게 처리하여 인터넷 전산화의 장점을 실감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부서의 모임들이 2시간에서 5시간씩 걸렸지만… 시간적인 면에서 상당한 여유를 갖기도 했다. 각 회원들의 거주지와 나라에 따라서 시차가 각각 달랐기 때문에 식사도 회원들이 각자가 해결해야 했다. 음식을 먹을 때에는 자신의 비디오를 끄면 자신의 화면에 이름만 뜨고 본인의 얼굴 모습은 방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디오와 총회의 진행 비디오는 계속 영상을 볼 수 있어서 참 편리함을 누렸다. 식사를 다 마치면 다시 각자의 비디오를 켜면 자연스럽게 영상 회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영상 회의의 장점이라면… 시간절약 면에서는 획기적인 효과가 아닐 수 없었다. 보통 매년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오고가는 비행거리 시간만 해도 보통 이틀을 차지하곤 했다. 여기에 현장에서 7-8끼의 식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짧은 시간이 아닌데 영상 총회에서는 이런 시간들을 모두 거절하였다. 또한 하루 회원들의 친교의 날도 할 수 없어서 삭제되었다. 단순히 본 회의와 회무는 차질 없이 소기의 일정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이것이 큰 장점인 동시에 또한 결정적인 아쉬움으로 남았다. 

비행기 요금절약이나 거리이동 시간절약이라는 면에서 영상 총회는 지대한(?) 공을 세웠지만 인간적 만남과 사귐 그리고 따뜻한 영성의 나눔과 동역자들의 영적 일체감을 대변하는 콩알만한 단체사진 속에 담겨야 할 역사적인 추억의 기록을 허락하지 못한 것은 영상 총회의 결정적인 횡포가 아닐 수 없었다. 세상만사에 양면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진리를 또 한 번 실감하는 영상 총회가 되었다.    

jykim47@gmail.com

05.2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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