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에 종사하는 50대 후반의 중년 여성이 외래 진료소에 찾아왔다. 이 여성은 지난 10년간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을 꾸준히 복용해왔고 덕분에 폐경 후에 오는 신체적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병원을 찾은 이유는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려 돌아가셨는데 신문에서 호르몬요법이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앞으로도 호르몬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지 상담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꼭 필요한 경우만 복용
여성호르몬제는 지난 30년 동안 폐경기 여성에게 젊어지는 약으로 인식되며 널리 사용되었다. 여성은 폐경을 전후해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는 난소의 위축으로 인해서 여성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폐경기 여성들은 안면 홍조(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 전신 무력감, 식욕 감퇴, 불면증 등의 증상을 겪고 심하면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여성의 심장병이나 중풍 등의 발생 빈도가 폐경 후 크게 늘고 골다공증도 급증하는 것을 볼 때 여성에게는 폐경 자체가 건강상의 적신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지금까지 폐경기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제를 오랫동안 복용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여성호르몬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게 되면 안면홍조, 불면증 등 폐경 후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지만 심장 질환이나 중풍, 폐전색(폐혈관의 혈액이 굳어지는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이고 유방암이나 자궁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의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은 호르몬 치료를 권유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골다공증 예방 목적으로 호르몬제 치료를 받아온 경우는 칼슘이나 다른 대체 약물로 바꾸도록 권유하고 있다. 다만 심한 안면 홍조나 불면 등 폐경 후 증상이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여성호르몬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 복용하거나 하루걸러 복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저용량의 호르몬 대체요법은 폐경 후 증상을 완화해주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면서도 심혈관 질환이나 암유발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장기간 호르몬 치료를 받은 사람은 한꺼번에 호르몬을 끊는 것보다 용량을 낮추어 복용하는 방법이 있고, 폐경 직후 심한 신체적 불편함을 겪는 사람은 6개월 정도 단기간 호르몬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호르몬 치료를 중단해도 별다른 불편이 없는 사람은 호르몬 치료를 끊고 골다공증에 대한 예방적 치료를 별도로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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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