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분포된 뇌신경 중 어느 신경이 손상되었는가에 따라서 머리가 아플 수도 있고 눈 주위 통증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혓바닥 통증은 뇌신경의 이상보다는 다른 원인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 60대 초반의 가정주부인 엄 모씨는 6개월 전부터 혓바닥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형에 염증이 있어서 그러려니 하고 기다렸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집 주위 병원에도 가보고 이비인후과에도 갔는데 위산이 역류해서 그렇다는 말을 듣고 위산을 억제하는 약도 먹어보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주로 혓바닥 전체가 따끔거렸고 얼얼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며 때로는 화끈거리거나 칼로 자르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또 입이 항상 건조한 느낌이 있었고 미각에도 변화가 와서 입맛을 잃었다. 입안에 음식물이 있을 때는 혓바닥이 얼얼한 증상이 적었다. 통증은 아침에는 조금 견딜 만 하지만 오후 되면 심해졌다. 검진상 엄 씨의 혈압이나 맥박은 정상이었다. 의학적 검사상 혓바닥이 조금 부어있는 것 외에는 궤양이나 염증 소견은 없었고 나머지 검사도 정상이었다. 위내시경 검사에서도 위산역류 소견은 없었다. 기본 혈액검사도 모두 정상이었다. 엄 씨의 혀 통증은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온 것으로 판단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혀 통증(glossodynia)은 혀의 기능이나 구조적 이상 없이 여러 가지 혓바닥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혀 통증을 구강작열감증후군 이라고도 하는데 통증은 혓바닥에만 국한 될 수도 있지만 때로 입 전체나 목 주위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혀 통증의 유병률은 0.7-15% 정도이며 많은 환자들이 불안, 우울,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폐경기 여성에서 흔하지만 여성호르몬 부족과는 관계가 없다.
혀 통증이 있으면 먼저 국소적으로 구강 내에 궤양이나 감염이 있는지, 틀니가 잇몸을 자극하고 있는지, 알레르기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위산 역류 증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위산 억제제를 복용한다. 또 체내 비타민 B12나 미네랄 결핍이 있는지, 당뇨가 있는지를 검사하고 특별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으면 소 용량의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혀 통증은 만성질환이므로 환자에게 맞는 약물을 발견해서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환자도 혀 통증의 원인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있는 게 좋다.
02.29.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