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기행

허양희 사모 (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허양희 사모

(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태국으로 왔다.

뿌연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고 보슬비가 수줍은 듯 보였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는 물기를 한가득 품고 있는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비행시간만 거의 하루가 걸려서 도착한 이곳은 오랜 기간 알고 지내는 선교사님이 계시는 곳으로 그분의 사역을 돕기 위해 선교차 왔다. 우리 선교팀은 의료와 미용 그리고 산족의 아이들을 위한 VBS와 현지인 사역자 세미나를 위한 일정으로 첫날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순박하게 보이는 현지인들이 하나둘씩 그들의 필요에 따라 이곳 저곳에서 진료를 본 뒤 미용 부스를 찾아왔다. 전문 미용사와 함께한 나는 남자 머리를 시원스럽게 자르기 시작했다. 수줍음이 많은 이들은 친구의 헤어스타일이 완성되자 휴대폰으로 본인이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한 유명인의 사진을 내밀며 요청을 했다. 미용 자격증은 없지만 이십팔 년 동안 마루타가 되어준 남편과 아들 덕분에 자유자재로 그들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자리에 앉히고는 머리 깎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곤 했다. 최선을 다해 이들의 헤어스타일을 매만져 주었더니 해맑은 웃음으로 감사를 대신해주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미소는 만국 공용어가 되어 서로에게 기쁨을 주었다. 

목사님은 선교사님의 통역으로 한분 한분을 위해 영접 기도를 했고 많은 분이 목사님의 기도를 흔쾌히 따라 했다고 한다. 불교권인 태국, 동네마다 사원이 즐비한 이곳에서 의료와 미용을 도구로 복음을 전하며 이 나라를 하나님께 드리는 일에 쓰임을 받는 것에 전율이 인다. 

태국 현지 사역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마친 뒤 저녁을 먹고 동네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범람하는 강물로 도로는 호수가 되었고 집집마다 모래주머니를 집 앞에 켜켜이 쌓아둔 채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음 날 도로 상황도 말이 아니었다. 타이어가 푹 잠길 정도로 물바다가 되어버린 도로를 많은 차가 밀려있고 여기저기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우회를 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족의 교회 부흥과 그들의 이웃들을 섬기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두 시간 걸리는 거리를 홍수로 다섯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이번 선교를 통해서 지난 이십육 년간 최선을 다해서 이 지역을 섬긴 선교사님의 열매를 보면서 그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팬데믹 이후 많이 어려워진 선교지를 방문하며 섬긴 일이 선교사님에게 기쁨이 되었다는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다. 어려운 상황 고비고비 하나님이 힘을 주시고 격려하시며 선교사님을 오늘에 이르게 하신 하나님의 열심과 그 신실하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가진 작은 것 하나를 하나님께 내어드리며 이 땅을 향한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일에 사용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만유의 주재이신 하나님이 모든 땅, 모든 민족을 통해 큰 영광 받으시는 날이 속히 도래하기를 기원하며 치앙마이에서의 기행을 마친다. 

yanghur@gmail.com

 

10.1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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