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운 마음

허양희 사모

(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삶의 에너지를 앗아가는 것 중의 하나는 누군가가 나를 비방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이다. 솟구치는 분노의 감정을 추스르고 자아를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부단히 몸부림치는 그때가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게 되는 것 같다. 나를 애매히 비방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우리의 일차적인 감정은 분노일 것이다. 어떻게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저 사람이 정말 저럴 줄 몰랐다며 배신감을 느끼며 속상해한다. 그때 자아는 내 감정대로 살라고 요즘은 참고 사는 시대가 아니라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며 우리의 마음을 충동질한다. 

 

대부분 사람은 충동질하는 그 마음에 따라 행동을 선택한다. 나의 화를 돋운 사람을 찾아가 따지거나 혹은 미움 가득한 마음으로 상대를 투명 인간처럼 무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의 나쁜 점을 이야기하며 복수를 한다. 이쯤 되면 교회를 떠나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된다. 그 사람이 꼴 보기 싫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관계에 문제만 있으면 교회를 옮기는 것은 신중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 그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회하는 남편을 도우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힘든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일 년 내내 눈물을 흘렸던 해도 있었고 목회를 도저히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마음이 낙심될 때도 있었으며 하나님의 마음으로 상황을 이겨내려고 몸부림치다가 온몸에 발진이 생긴 일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고난의 시간을 통해 사명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명자는 내 힘으로는 하나님이 맡긴 일을 결코 완수할 수 없고 철저히 하나님을 의지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너무도 값진 시간이 바로 나에게 주어졌던 고난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힘든 시간을 맞이할 때 일차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추스르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대계명에 자아를 복종시키며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삶이 아닐까? 죄성의 본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자아를 말씀 앞에 복종시켜 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내가 과연 하나님을 나의 주인으로 믿고 있는지 그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요 내 자신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숙의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나를 힘들게 하는 원수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라고 권면한다. 대인관계에 대한 성경의 윤리적 교훈은 한 차원 높은 삶인 하나님을 바라보며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말씀하신다. 그런 자에게 하나님은 상을 주시겠다고 하신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겠다는 무언의 외침이다. 즐거울 때도 마음이 힘이 들 때도 그리스도인이 삶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네 원수가 굶주리거든 그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목말라하거든 마실 물을 주어라. 그리하면 그는 머리에 숯불을 둔 것같이 부끄러워하고 여호와께서는 네게 상을 주실 것이다” (쉬운 성경, 잠언 25:21-22).

yanghur@gmail.com

 

05.0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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