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에서 나올 수 없을까?

허양희 사모

(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신앙생활을 하며 관계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이들은 어떤 이의 말 때문에, 또는 무례한 태도에 상처받아 속을 끓이다가 자기만의 세계인 동굴로 들어가 버린다. 나이가 들어가고 연륜이 무르익을수록 누구나 성숙한 관계 형성을 해야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모든 성인이 성숙한 관계 형성 안에 있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삶을 살아오며 경험한 다양한 환경과 상황은 우리 안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한다. 어린 시절 경험한 부모님의 편애로 억울함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된 이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당하며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또 어떤 이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분노를 가지게 된 사람도 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수치감, 불안감, 외로움, 질투, 경쟁심, 두려움, 슬픔, 분노 등으로 나타나며 우리의 삶을 동굴로 향하게 한다. 

사람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와 형제들, 친척들과의 관계 안에서 성장한다. 어릴 때일수록 부모 혹은 양육자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를 거치며 성인으로 발달한다. 인간 발달의 전 생애 접근을 처음 시도한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를 8단계로 나누었는데 영아기 때 양육자의 신뢰성 있는 보살핌을 받은 아기는 유아로 성장하면서 자율성을 가진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영아기 때의 양육자와의 친밀하고 신뢰감 있는 관계 형성은 건강한 성인으로서 심리사회적인 발달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중앙일보 탐사팀에서 강력범죄자 159명을 대상으로 성장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부모의 문제로 인한 가정사로 성장기 때 고통을 받은 경우가 66.7%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그들이 경험한 고통은 분노라는 부정적 감정을 낳았고 이것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게 한 것을 볼 때 강력 범죄와 성장기의 환경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관계 안에서 자주 자기만의 세계인 동굴로 들어가 버리는 이들 또한 성장기 때 경험한 고통스러운 일이 그들 내면에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감정은 성인이 된 현재도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날 때마다 잠자고 있던 사자처럼 포효하며 일어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자기만의 세계인 동굴에 갇히지 않고 벗어날 수 있을까? 자기감정을 인식해야 한다. 갈등의 관계 속에서 또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나에게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이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예를 들어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우울감이 항상 몰려온다면 이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해보자. 고통스러운 상황은 우리를 자주 자신에게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은 성장하면서 갖게 된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지배하도록 허용하는 통로가 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혼돈스럽게 몰고 가기 때문에 그러하다. 

동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러면 자비로우신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를 돌아보시고 그 감정에서 벗어나게 하실 것이다.

yanghur@gmail.com

09.1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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