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허양희 사모

(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가정의 달 오월이면 그리운 단어가 있다. 모든 이는 어머니의 품에서 태어나 그 사랑을 먹으며 성장한다. 일반적으로 어머니의 사랑은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으로 묘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머니’ 하면 코끝이 찡해지는 것도 아마 그 이유일 것이다.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자 고운 어머니는 우리 삼 남매를 키우기 위해 직장에 들어가시게 되었다. 사십 대 초반의 어머니는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가정을 세우기 위해 아버지의 빈 자리를 헌신적인 사랑으로 채우시며 열심히 사셨다.

그 당시는 몰랐다. 어머니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를 말이다. 그러나 내가 그 나이를 훌쩍 넘어 오십 대 초반이 되어 그때를 회상해보면 참 젊은 나이였고 여전히 유혹이 있는 시기였다. 그런데도 삼 남매의 든든한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신 어머니가 참 고맙고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맡겨진 일에서 두각을 드러내시며 열심히 사신 어머니가 참 자랑스럽다. 

 

어머니에 대한 감사가 절정을 이룬 시기는 첫 아이를 출산했을 때이다. 첫 아이를 밴 나는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이 정상이기를 시시때때로 기도하고 아이가 혹시나 잘못될까 봐 음식도 매우 조심하였다. 대학 병원에서 출산하던 날, 사흘 동안 진통하던 산모가 있었다.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남편 욕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두려움이 몰려왔다. 간호사와 의사가 나에게 와서 출산을 위한 여러 가지 처치를 하던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절대 소리를 지르지 않으리라! 불편한 모든 과정을 지나 엄청난 고통을 숱하게 참으며 첫 아이를 출산했을 때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이를 너무 악물어서 입술은 터지고 아래턱은 무척 불편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기진맥진한 상태에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흐르며 어머니 생각이 났다. 나를 출산한다고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내야하셨을까에서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체할 수 없는 감사가 눈물이 되어 흐르고 또 흘렀다. 

 

인간이 성숙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의 또 다른 말인 것 같다. 출산 이전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이 그저 고마움으로만 있었는데, 출산을 경험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며 어머니에 대한 생각은 깊은 이해에서 나오는 그윽한 감사로 바뀌었다. 

다음 달에 어머니를 뵈러 한국에 간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를 위해 몸에 좋은 영양제 구입으로 그 사랑을 갚으려 하지만 부족함을 느낀다. ‘어머니’ 이 단어는 갚아도 갚을 수 없는 다함이 없는 사랑을 품고 있는 말인 것 같다.

yanghur@gmail.com

05.1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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