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내 주위에 있는 모든 분들 한분 한분이 내게는 막중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사는 진한 감사와 감격이 뭉클뭉클 내 삶을 적신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만나 너도나도 우왕좌왕 하는 이때에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넌 괜찮니?’ 서로 물어주는 사랑과 관심 때문에 우린 오늘을 버텨나갈 수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갇혀 최소한의 만남의 망을 뚫고나와 잠시라도 제단에 와서 섬기고 돌아가는 발길들에 그저 그르렁거리는 눈물을 애써 감추느라 하늘을 쳐다본다. 은혜로다~ 주의 은혜!
바이러스 소동에도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만들어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께 갖다 드린다는 몇몇 집사님들 때문에 또 가슴이 저며 온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데... 아마도 아름다운 속사람이 시키는 일일게다. 또 100도가 넘는 뜨거운 한낮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교회 잔디를 깎고 나무를 트림하고 바깥일들을 하시는 우리 형제님들의 손길 또한 그러기 쉽지 않은 참 어려운 때인데... 라는 생각에 우리의 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준다. 은혜로다~ 주의 은혜!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집에서 예배드려주십시오’ 라는 교회가 해서는 안 될, 말도 안 되는 광고 아닌 광고에도 수긍하시고 그래도 헌금만 내고 가시겠다고 오셔서 교회 뜰을 밟고 돌아서시는 그 모습에 또 맘이 울컥해진다. 그렇다! 이런 아린 마음들 가운데도 하나님께 차렷! 하면서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 뜻을 받아들이니 다시 주의 은혜가 임한다. 그 은혜가운데 내가 오늘도 걷고 앉고 서고 누울 수 있는 모든 순간과 공간이 은혜로다~ 주의 은혜!
식구들과 다 같이 함께 모여 벅적대면서 살려니 본의 아니게 서로의 마음을 노엽게 할 때가 있고 괜스레 서운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입으로 원인을 발설하려는 것을 내 안에 꾹꾹 집어넣으며 나의 성숙의 기회로 삼는다. 그 마음 하나만 넘으면 무한한 자유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을... 그 마음을 넘어가는 길이 쉽지 않아도 그걸 넘고 넘으려는 지칠 줄 모르는 용기가 생기니 그 또한 은혜로다~ 주의 은혜!
그렇다 탁월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닐까? 지난주보다 좀 더 건강해지며 지난해보다 좀 더 영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리라. 그렇게 지난주처럼 생각하지 않고 어제처럼 말하지 않는, 그래서 모르는 일도 해보고 모르는 세계로도 나가보는 것이 탁월한 인생이 아닐까 이것이 은혜로다~주의 은혜!
그렇다. 이 땅에는 높아지려고 하는 사람으로 수두룩하다. 좀 더 남들 위에 서고 싶고, 좀 더 많이 갖고 싶고,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죄성을 지닌 인간의 본연이리라. 그래서 오늘도 내 삶을 파헤치며 기억해낸다. 하나님이 여기까지 어떻게 우리 삶을 인도하셨는지... 왜 싫어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셨는지... 왜 내가 좋아하고 의지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게 하셨는지... 왜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하셨는지... 왜 오늘의 모든 상황들에 처하게 되었는지... 아무것도 어떤 것도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낮고 낮은 마음으로 주님의 날개 아래 묵묵히 거하면서 기다리는 지혜와 성숙을 은총으로 구한다. 은혜로다~주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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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