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진짜 행복이 뭘까? 좋은 사람들을 곁에서 바라보며 사는 것이란 마음 둘 곳이 없는 이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리라. 어제 저녁을 먹으며 남편과 딸아이와 셋이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딸아이는 먼저 엄마 아빠가 살아계셔서, 이렇게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눈물을 그렁거리며 말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하루 살면서 해야 되는 일들도 많고 맺는 관계들도 잘하느라 힘들었는데 엄마 아빠는 늘 자기를 믿어주고 위로해 주고 힘이 되어주어서 감사하다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딸이 일하는 게 많이 힘든가 보다. 그렇다. 굉장한 게 아니더라도 살아있어서... 같이 밥 먹어서... 노상 하는 일상 일들에 감사하는 자는 모든 일에 다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로 편리해졌다. 그래서 어쩌면 그것에 중독되어 점점 더 편한 것만 추구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전기밥솥이 아니면 밥을 할 수 없고 무엇이든 슈퍼에서 사다가 뚜껑만 열면 먹을 수 있는 세상, 빨래도 버튼만 누르면 저절로 되고 TV 인터넷 핸드폰 등으로 온 세상을 몇 초만에 왕래하는 급변하는 문화의 물줄기로 인해 요즘은 가족끼리도 세대 차이를 심각하게 느껴야 하는 오늘의 현실을 본다. 그래서 아이들은 머리가 크기가 무섭게 집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고 그리곤 시간이 좀 지나면 형제도 부모도 다 남남같이 되어 사는 지독한 이기주의의 병에 걸려 날이 갈수록 우리 주위는 메마르고 삭막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편리해지고 고도로 발달된 세상 속에 사는 우리인데 우린 여전히 방방 뛰고 더 피곤하고 더 짜증나며 더 많은 병치레들로 우리네 얼굴들이 찌들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세상사는 삶의 질이 높아진 대신 상대적으로 잃은 것도 많은 것 같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왠지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도 많고 사랑에 굶주린 사자처럼 건들기만 하면 폭발해 버릴 것 같다. 아파트 문을 잠그고 나왔는지 몰라서 다시 핸들을 돌려야 마음이 놓이고... 이렇게 대문도, 마음의 문도, 생활의 문도 꼭꼭 잠그고 살아야 맘이 편한 우리가 아닌가. 많은 어르신들은 말로는 혼자 계신 것이 너무 외롭다고 하시면서도 누가 찾아가는 것도 귀찮아하며 그런 외론 삶을 자처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따라 잡을 수 없는 고도의 문명과 모든 것이 인스턴트화 되고 더 빨리...를 추구하며 살고 있지만 우리의 인격과 영성관리에는 인스턴트가 없지 않을까? 매일 매일 드려야 하는 기도와 말씀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치열하게 싸우고 다스려가야 하리라. 그렇다.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마12:35) 우리의 영은 선한 것들의 저장소이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 영안에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다 주셨다. 그래서 생명과 경건에 속한 모든 좋은 것들이 이미 우리 영안에 있다. 이제 우리의 할 일은 그 엄청난 보화들을 끌어내어 우리의 육체와 마음에 붓는 일이다. 그래서 그 생명의 물줄기가 우리를 이끌어 나가도록 말이다.
늘 불편하다는 것으로, 덜 가진 것으로 불평의 주제를 삼았던 일들이 딸아이의 살아있어 줘서 감사하다는 그 말 한마디에 얼마나 부끄러운 내 모습을 또 한번 깨닫는다. 그렇다. 진짜 행복이란 매일 봐야 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그리고 매일 대해야 하는 내 일상들과 잘 지내는 것이다. 그렇게 그것들과 그저 사랑에 빠지는 진짜 행복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마음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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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