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의 끈

장사라 사모

‘노인’은 그야말로 나이가 많이 든 사람이라면 ‘어르신’은 얼이 신과 같은 사람? 즉 자연과 생명의 이치를 두루 깨닫고 밝고 지혜가 있는 사람이란다. 그렇다. 우리 인생이 자연의 숨은 이치를 알고 인생의 지혜와 덕을 나누어주고 주위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어르신이 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게 사는 삶이 아닐까

그러나 그 어르신이 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은 것 같다. 우린 무언가에 끝없이 의지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부자이고 건강하고 지적이고 아름답고... 온갖 좋은 것들로 자신을 꽁꽁 포장하고 살고 싶은 것은 어쩌면 에덴으로부터 쫓겨난 우리 인간본연의 열등감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수없이 많은 것들이 ‘집착의 끈’이 되어 끈질기게 나를 꽁꽁 묶을 때 그것들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내 모습에 오늘도 식상한다. 

사람은 자신의 상처를 누군가가 알아주면 그 속에서 치유가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런데 누가 밤낮 내 상처를 알아주고 싸매주고 할 수 있겠나... 조석으로 변하는 내 마음 나도 몰라 인데... 그래서 상대방의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내 스트레스도 스스로 풀어버리는 인격이 진짜는 큰 사람이요 깊은 사람이요 성숙한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사람은 정말 무의미한 일상에서도 기쁨을 발견할 줄 알고 큰 문제 앞에서도 의연할 줄 아는 어쩌면 이미 치유된 삶을 사는 자이리라. 

그렇다. 길을 가다가 흙탕물에 발이 빠진 어린 아이는 그냥 넘어진 채 일어날 줄 모르고 계속 엄마를 찾으며 운다. 일어나 발을 쑥 빼면 될 텐데 계속 앉아서 우는 것은 아직 어린아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우리는 다 큰 어른인데도 계속 환경 탓, 건강 탓, 가난 탓, 남편 탓, 자식 탓... 그놈의 탓 때문에 주저앉아 울고 있으니 그런 삶은 필경은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 따지고 원망하는데 삶을 다 소진해 버리는 인생이 되리라. 

분명 ‘집착’과 ‘집중’은 다른데 말이다. 집착은 중독이라면 집중은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그 한계를 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집중이 한 곳으로 집약되면 그때 거기서 진짜 믿음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하나님의 광채를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눈이 부셔 다른 것들은 안 보이게 될 때 진짜 영적인 힘은 우리에게 불끈 주어지리라.   

어차피 한 치의 앞도 모르고 사는 인생이라면, 그 한 치의 앞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면, 그렇게 내가 안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그냥 놓아버리고 나면 가슴이라도 시원해 지지 않을까. 오늘 급해서 힘들어서 절박해서... 라며 구구절절이 구실을 대면서 놓지 못하고 있던 집착의 끈을 놓아버린다. 그래서 이젠 남이 부러운 것에... 돈이 없는 것에... 건강하지 못한 것에... 외롭다고 하소연 하는 것에... 집착하여 기운을 다 빼가며 사는 상처투성이인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만 집중하여서 그 은혜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광명을 다시 맞이하리라. 

changsamo1020@gmail.com

 

02.2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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