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깊은 가을의 길목에서

장사라 사모

가을의 성숙함이 성큼 우리의 삶의 자리에 찾아왔다. 이 아름다운 가을을 충분히 만끽하며 세월을 맞이한다. 

행복에 관련된 모든 언어를 나열해서 밤새 달려가도 끝이 없이 이어질 것 같은 내게 산다는 막중한 의미를 안겨다줄 일이 있을까? 사도바울은 그의 사명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고백을 했는데 과연 우리인생에서 생명보다 귀한 것이 무엇일까?

애써 태연한 채 하려해도 어느새 힐끔힐끔 사랑을 확인해가며 초조하게 몇 십수 년을 목회해왔지만 아직도 나는 사랑의 시린 갈증으로 기-인 밤을 하얗게 지새울 때가 있다. 때로는 총알처럼 달려도 모자라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충분히 고독하고 조금은 더 남보다 아파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모의 길에 순응하면서도 가끔은 진한 커피 한잔의 우정을 나눌 친구가 그립고 내 마음을 한 움큼 떼어가 버릴 그런 만남이 간절하다

그렇다. 인연이라는 만남 속에서 좋은 사람들을 곁에서 바라보는 것이란 마음 둘 곳이 많지 않은 이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참 기쁨을 주는 일이리라. 살면서 정말 무엇이 진정한 삶일까? 삶이 버거워 휘청거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여기까지 달려와 준 성도님들이 고맙다. 보기만 해도 힘들어 쓰러질 것 같은 자매님이 시장 본 것들을 싸들고 교회 문을 들어서는 모습에 또 가슴이 아려온다. 목사님이 오신다고 수술한 부위를 움켜쥐고 밖에 나와 서 계시는 집사님을 뵈니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런 분들을 뵈면 이다지도 어려운 삶 속에서도 진정 풍성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가진 것이 없어도 덥석 나누어 쓸 줄 알고 몸이 파김치가 되도록 피곤해도 떼어 섬기는 이 작은 사랑 때문에 조그만 일에도 쉽게 낙심하며 하찮은 일에도 신경이 곤두세워지는 우리의 모난 가슴들 속에 치유가 뭉클뭉클 일어나리라.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하나씩 벗어버리는 나무들을 보면서 우리도 우리 됨을 위해 벗어버려야 할 것이 무언지 찾아보며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그렇다. 이 아름답고 무르 익어가는 가을에 우리의 마음을 쓰고 몸을 쓰고 입을 써서 영혼을 살리는 일로 분주한 우리가 되어 가을 이파리처럼 아름답게 철이든 깊은 가을의 길목이면 좋겠다.   

 

changsamo1020@gmail.com

 

10/1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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