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스트대학교 교수)
공동체의 운명이 리더에게 달려있다
영국 BBC에서 제작한 동물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50여 년간 인기리에 방영되는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을 보면 동물의 세계에서나 인간의 세계에서나 함께 무리를 형성하면 그곳에는 항상 리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에 리더라는 감투를 쓰고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원초적인 힘이 지배하지만, 인간 세계에서는 힘으로 다스릴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따르게 만들 수는 없다.
리더와 리더십이 항상 같이 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리더는 역할을 정의하는 단어이지만, 리더십은 영향력을 말하는 단어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회나 교회나 공동체의 운명이 탁월한 리더의 현명한 리더십에 달려 있다. 영적리더란 한마디로 기술이나 정치적 수완이나 특정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주님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다. 이 중차대한 위기의 순간에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정의를 통해서 사회와 교회를 이끌어갈 리더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변혁적 리더의 4가지 요소
기독교의 위기는 리더십에 원인이 있다. 영적리더들의 영적, 도덕적 권위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교회를 새롭게 이끌어갈 변혁적 리더가 갖추어야 할 4가지 근본 요소가 있다. 힘, 권위, 자리, 카리스마가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요소인 힘(power)은 가장 원초적인 요소이다. 영향력이 부족한 리더는 힘을 주된 방편으로 사용한다. 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물리적인 힘, 정복하고 겨루어 이기는 힘, 다스리는 힘, 거래하는 힘, 돌보는 힘 그리고 오늘날은 정보력도 힘으로 간주한다. 이 힘으로 리더가 되기도 하고 이 힘에 의존해 무리를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강압하여 이끌고 다스리는 리더들도 있다.
두 번째의 요소인 권위(authority)는 주어지고 인정되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사로 임명되면 임명권자에 의해 그 권위가 인정된다. 세습으로 리더의 지위를 계승하는 것도 이 권위 때문이다. 한 분야에 놀라운 지식이나 지혜가 인정될 때도 그 분야에서는 권위를 가지게 된다. 부족하고 실패한 리더는 자신의 권위를 강조하고 권위에 의존하게 된다.
세 번째 요소는 자리(position)이다. 공동체가 시간이 지나고 조직이 형성되며 전통이 깊어질수록 리더의 지위에 대한 상세한 권한과 책임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고 성문화된다. 자리(지위)는 힘이 있다고 또는 권위만 가지고 주어지지 않는다. 공동체의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의해 리더의 자리는 책임자라는 이름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앉는 것은 그 사람의 자질과 능력이 일차적인 고려 사항이 아닐 수도 있다.
네 번째 요소인 카리스마(charisma)는 초인적인 능력이 인정될 때 가지게 된다. 독재자들이 자신을 신격화시키는 것도 결국 이 카리스마 때문이다. 카리스마의 리더들은 실제보다 더 신비스럽고 크고 위대하게 보이게 되어 숭배하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신성불가침의 경외감을 가지게 한다. 가까이서 따르는 사람들보다는 먼 거리에서 따르는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는 매스컴의 영향력을 통해 먼 거리에서 따르는 무리(follower)에게 리더의 카리스마 이미지를 극대화해 인위적이고 심지어는 날조된 이미지를 조성하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특히 카리스마는 영적리더들에게 많은 유혹을 주고 있다.
미래 교회 이끌 변혁적 리더의 4가지 조건은 힘, 권위, 자리, 카리스마
영적권위는 인간이 주고 인정받는 것 아닌 주께 부름 받고 사명 받아야
인격과 영향력을 갖춘 리더
리더는 따르는 사람들을 전제한다. 따르는 사람이나 그룹이 없으면 리더가 아니다. 리더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인격과 품성 그리고 자질이 일하고 있을 때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리더십은 기술이나 힘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십을 인기(popularity)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또한 리더를 관리인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 리더는 전문기술을 가진 기술자가 아니다. 미래세계를 인도할 진정한 리더는 한 단체의 목표를 설정해서 분명히 하고 그 무리가 가진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동원해서 함께 목표를 달성하도록 이끄는 인격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자
목회자들이 처음 만나면 꼭 주고받는 몇 가지 말들이 있다. 어느 학교 출신이냐? 어느 교단소속이냐? 나이는 몇 살이냐? 세상적인 방법으로 서열을 정하고 옥석을 가려보자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다. 진정한 영적리더십은 세상적이고 교만한 마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데서 근거해야 한다. 영적권위는 인간이 주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로 부름을 받고 사명을 받은 권위이어야 하며 자리는 상석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 임하는 자세로 낮은 자리에 목회자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의 눈을 속여 인위적으로 조성한 카리스마가 아니라 진정으로 성령 안에서 주어진 은사를 겸손히 행사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신실한 말씀 선포와 기도를 통한 부흥과 갱신이 없이는 위기가운데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없다. 성경으로 되돌아가 부흥과 갱신운동을 이끌 변혁적 리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리더 선발과 리더십 훈련방법을 혁신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결과가 늦어지더라도 세상과 교회를 변화시킬 리더를 개발하는 일을 사역의 우선순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변혁적 리더는 리더십의 원형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철저히 따라야 하며 좋은 학교 출신이거나 기술이나 정치적 수완이나 특정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주님의 향기를 풍기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먼저 되어야 한다. 주님의 모범에 따라 겸손한 자리를 찾을 때, 한국 교회는 위기를 벗어나 이전보다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절박한 사명이다. 지금은 위기의 순간에 변혁적 리더들이 가장 작은 한 사람도 귀하게 여기는 믿음 안에서 주님께서 보여주신 꿈과 비전을 담대히 제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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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