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뛰어넘는 원칙, 리더를 생각하다

손동원 목사

(미드웨스트대학교 교수)

극한상황에서의 리더십

 

당신이 지금 남극의 얼음 위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평균기온은 섭씨 영하55도이고, 문명사회에서 떨어져 나온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식량은 떨어져 펭귄과 물개를 사냥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고, 텐트 바닥에 깔 것이 부족해 매일 얼음이 녹은 물속에서 뒹굴며 잠을 청한다. 당신의 지휘를 받는 대원들은 모두 27명, 구조대가 올 가능성은 없다. 당신은 어떤 리더십으로 그들 모두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영국의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실제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 섀클턴은 남극점 정복 대신 남극 대륙횡단을 계획하고 27명의 대원과 함께 범선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세 번째 남극 탐험 장정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섀클턴 팀은 남극점에서 155km 떨어진 장소에서 식량부족으로 남극점을 향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 탐험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위대한 탐험가로 평가한다. 그리고 이 탐험을 위대한 실패, 위대한 항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섀클턴을 위대한 리더로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희생정신과 도전정신의 리더십

 

그 이유는 섀클턴을 포함한 27명의 대원들이 634일간 영하55℃를 오르내리는 남극의 빙벽에 갇히는 극한 상황 속에서 모두 살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섀클턴의 대원 중 한 사람은 그 때 일을 생생하게 글로 남겼다. "섀클턴은 은밀히 자신의 아침 식사용 비스킷을 내게 내밀며 먹으라고 강요했다. 그리고 내가 비스킷을 받으면 그는 저녁에도 내게 비스킷을 줄 것이다. 나는 도대체 이 세상 어느 누가 이처럼 철저하게 관용과 동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죽어도 섀클턴의 그러한 마음을 잊지 못할 것이다. 수천 파운드의 돈으로도 결코 그 한 개의 비스킷을 살 수 없을 것이다." 

섀클턴의 비스킷 하나는 바로 생명 그 자체이기도 한데 그것을 나눈 것이다. 추위에 떠는 대원들에게 자기 몫의 식량을 나누어준 것이었다. 어느 날 밤 섀클턴은 자기가 믿어온 대원 하나가 잠들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동료대원의 식량주머니에 손을 뻗치는 것을 보았다. 섀클턴은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대원은 동료대원의 식량주머니를 열어 자기의 비스켓을 그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리더가 자기를 희생하자 대원들도 서로를 희생했던 것이다.

섀클턴 팀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살 희망이 없었다. 섀클턴은 모험을 하기로 작정했다. 남경의 포경기지, 곧 고래를 잡는 선원들이 있는 곳으로 몇 명의 대원과 함께 가기로 작정했다. 6미터가 조금 넘는 소형 선박을 이끌고 풍랑이 거친 바다를 건너 해발 3000m에 달하는 얼음산을 맨손으로 넘었다. 16일간 1290km에 달하는 죽음의 항해를 한 끝에 고래잡이 선원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죽음의 길을 뚫고 예인선을 끌고 와서 남은 대원을 모두 구조하였다. 탐험을 끝낸 후 섀클턴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일에 대해 말했다. 

"얼음산을 넘을 때, 우리 일행은 분명 세 명인데 난 네 명처럼 느껴졌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웠던 여행 내내 하나님이 우리와 동행하셨음을 나는 믿는다.”

 

리더십 코멘터리

 

한 집단이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리더의 자기희생과 도전정신이다. 위기를 만났을 때 리더가 무능력하거나 이기적이면 그 팀은 흩어질 수밖에 없다. 위기에 대응하는 10가지 리더십의 원리들을 살펴보자.

①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마라. 위기 상황일수록 방향과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목표가 분명하면 반드시 길은 열린다. ②리더가 솔선수범하라. 위기상황에서 리더가 보여주는 솔선수범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끈의 역할을 한다. ③자기 확신을 가져라. 위기상황일수록 가장 먼저 차단해야 할 것은 바로 비관 바이러스이다. 그리고 그 비관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최선의 무기는 낙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이다. ④책망하지 말라. 컵을 깨뜨려 물을 엎질러 놓은 것을 책망할 것이 아니라 깨진 컵에 다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⑤팀 메시지를 강화하라. 한 마음, 한 뜻으로 위기를 돌파해 낼 짧지만 강력한 한마디의 팀 메시지를 만들어 전파해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절망하지 않는 한 우리는 산다’ 같은 조직의 상황과 성격에 맞는 팀 메시지를 강화해야 한다. ⑥서로를 존중하라.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살아나야 너도 살고, 나도 살며, 조직도 산다. ⑦불필요한 힘겨루기를 삼가라. 위기상황 아래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결국 다 같이 죽자는 말이다. ⑧함께 웃을 일을 찾아라.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은 힘든 위기상황을 이겨내는 데 정말 좋은 자세이다. ⑨적극적으로 시도하라. 위기상황 속에서 도전적으로 시도할 것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위기 탈출과 극복이 가능해진다. ⑩절대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기회는 온다. 위기 탈출과 극복은 결국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는 일’이다.

리더십이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리더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경제 불황과 정치 불안으로 사회 각층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갈 리더를 원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리더가 없고 리더십 부재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정부가 기독교를 탄압한다는 말이 뉴스에 등장한다. 

교회도 코로나 위기를 돌파해나갈 비전 있는 리더를 갈망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교회 주일 공동체예배가 영상으로 대체되고, “모이기를 힘쓰라”는 말씀보다 “가까이하지 말라”는 바이러스의 메시지가 더 강력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는 무엇을 말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둠속에서 기이한 빛으로 부름 받은 리더들이여, 머리를 들고 찬송을 부르며 이웃을 사랑하고 어떤 환난과 역경가운데서도 두려워하지 말라.

sondongwon@gmail.com

 

09.0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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