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시대의 리더십

손동원 목사

(미드웨스트대학교 교수)

코로나19 사태는 누구의 죄 때문인가?

 

이번 코로나사태로 연일 매스컴을 통해 공공의 적으로 세상의 관심을 끄는 신천지가 있다. 그래서 어떤 목회자는 “이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신천지를 두면 안 되겠다. 하나님은 독버섯처럼 퍼진 신천지가 뿌리 뽑히기를 원하신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누구의 죄 때문인가?'라는 공허한 질문을 많이 한다. 어떤 사람은 중국공산당이 우한에서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 저지른 만행과 죄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교회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타락 때문이라고 한다. 성경에 보면 주 예수께서는 항상 누구의 죄인지보다 어떻게 치유할지에 마음을 두셨다. 주님은 세상 사람들의 고통을 보며 동참하려고 하는데, 제자들은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의 죄 때문인지만 묻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리더는 자신부터 잘 보살피고, 정죄나 책임 전가의 언어를 삼가야 한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전염병이라는 실체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척과 혐오가 생길 수 있다. 위기가운데 십자가 사랑에 뿌리를 둔 영적리더들이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고 끌어안는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리더십은 떠드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로마시대 165년경 1차 역병이 일어나 15년 동안 로마제국 인구의 25-30%가 사망하는 엄청난 대재앙이 있었다. 그때로부터 100년이 지나서 2차 역병이 발생했는데 로마시 한 곳에서만 하루 5000명씩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교회공동체의 대응이 놀라웠다. 이교도들은 아픈 자를 내쫓았고 죽지도 않은 사람을 생매장했지만, 초기 기독교인들은 부활신앙을 가슴에 품고 아픈 자를 안심시키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필요를 공급하고 약한 사람들을 섬겼다. 그들은 십자가 사랑으로 병이 옮아도 아픔을 기꺼이 기쁨과 평안으로 감내했다.

오늘날의 교회와 지도자들은 돈과 명예를 사랑하며 자기과시와 세상과의 타협에 열을 올리지만 초기 기독교인들은 한 시대, 한 사회가 역병으로 절망할 때 시대를 선도하고 리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살아있는 영적리더라면 현실에 위축되지 말고 기도하면서 하늘로부터 받은 능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때이다. 로마시대 역병 상황 중에 이교도 중 30% 정도가 죽었고, 기독교인은 10%가 죽었다. 이교도들은 시신 처리를 못 했지만 기독교인은 시신 처리를 잘해서 실제로 역병을 물리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기독교와 교회는 세상 방식과 다르게 살아갈 때 섬김의 도리를 다하고 십자가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누구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불안해하는 이웃을 섬기며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상황을 컨트롤한다는 것을 믿어야 할 때이다. 말로만 큰 소리 치는 리더들에게 사람들을 이끌며 함께 이겨 나갈 리더십과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맹목적 믿음 경계, 사회공동체에 윤리적 책임 몸으로 보여야

세상에 안전지대 없어...오직 하나님만 피난처, 견고한 망대

 

예수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코로나19는 전염율이 아주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의 뜻과 다르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 영적리더는 맹목적인 믿음을 경계하고, 이웃과 사회 공동체에 윤리적 책임을 몸으로 보여야 한다. 

이럴 때 예수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까? 바이러스 전염을 피해서 한적한 곳으로 몸을 피신하셨을까? 아마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혼란가운데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초대교회는 전염병으로 모두가 어려웠을 때, 성도들이 솔선수범해서 시신들을 모두 치웠다. 그 일로 초대교회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큰 신용을 얻게 되었다.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병으로 힘들어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아픔을 나눠야 한다. 에스더의 리더십처럼 사상 초유의 위기가운데 교회와 리더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팬데믹시대의 리더십

 

이제 지구촌은 팬데믹시대에 돌입했다. 팬데믹(pandemic)은 최근 전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영어 단어다. pandemic은 지난 1월 31일 메리엄 웹스터 사전 ‘이주의 단어(The Word of the Week)’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단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팬데믹은 신종 전염병이 전 세계에 퍼져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상황을 말한다. 이에 반해 에피데믹(epidemic)은 전염병 피해가 특정 지역으로 한정되는 경우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14년 아프리카 서부 지역에서 발생했던 에볼라(Ebola)가 epidemic에 해당한다.

팬데믹시대에 사람들끼리 서로 뜻이 맞지 않으면 시기와 험담으로 서로의 마음을 너무 쉽게 무너뜨리는 것이 교회와 지도자들의 자화상이다. 갈릴리와 유다에서 시작된 작은 운동이 불과 3세기 만에 로마제국에서 가장 지배적인 종교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독교 성장의 열쇠는 초기 교회가 지켜온 복음을 위한 순교와 사랑, 돌봄과 나눔의 정신이었다. 초대교회는 역병이 돌 때 생명을 걸고 시신을 치웠고, 교회는 헌신적으로 아픈 사람에게 다가갔다. 지금 이 시대는 교회의 정체성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팬데믹시대에 영적리더들은 교회의 본 모습을 되찾아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신앙지대인 Faith Zone에 거해야 할 때

 

사람들은 ‘안전지대’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경제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 은퇴해도, 권력에서 물러나도 막강한 경제력만 갖고 있으면 편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과연 이 세상은 안전한가? 세상에 안전지대는 없다. 마음이 요동치고 불안할 때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피난처요 견고한 망대가 되심을 믿기 바란다. 지금은 더 이상 안전지대인 Safe Zone을 찾지 말고 신앙지대인 Faith Zone에 거해야 할 때이다.

 

sondongwon@gmail.com

03.2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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