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리더십

리더십 코멘터리 (96)
손동원 목사

(미드웨스트대학교 교수)

명절 가족모임에 따뜻한 쌍방향 소통의 리더십 필요  

배려와 경청, 믿음과 희망 주는 아버지리더십 전제

 

추석의 역사적인 시작

추석이다.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 추석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연휴, 명절, 고향, 민족대이동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추석(秋夕)은 한가위, 중추, 중추절, 가배일이라고 불리며, 음력 8월 15일에 치르는 명절로서 설날과 더불어 한국인에게는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송편은 추석에 먹는 별미인데 우리만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추석에는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가족애를 나누는 전통 때문에 해마다 추석이 되면 전 국민의 75%가 고향을 방문하여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열차표가 매진되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이를 흔히 '민족대이동'이라고 부른다.

추석의 역사적인 시작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신라문헌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이전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가위의 '한'이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란 '가운데'를 나타내는데, '가위'란 신라시대 때 여인들이 실을 짜던 길쌈을 '가배(嘉排)'라 부르다가 이 말이 변해서 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추석 문화를 창조하자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되었다. 단순히 모여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의미 없고 무가치한 일들을 할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가진 크리스천으로서 새로운 마음과 정신을 가지고 우리들의 전통 문화를 돌아보고, 그것을 계기로 창의적인 크리스천 문화,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던 것은 유불선 사상이다. 유교문화, 불교문화, 샤마니즘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들은 크리스천들의 의식을 깨우지 못하고 더 나아가 시대를 앞서는 올바른 정의 사회구현과 인류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 추석을 맞이해서 하루속히 올바른 기독교 문화가 정착하여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 같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위대한 문화가 창조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추석연휴에 필요한 리더십은 뭘까?

리더십이 가장 필요한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 연휴다. 추석연휴에 꼭 필요한 리더십은 뭘까? 모처럼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족 친지들, 고향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세상 민심을 만드는 때가 되었다. 이 자리에서 누가 어떤 영향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가족 분위기와 회사 경영방침, 나아가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마다 추석 민심을 겨냥해 장밋빛 공약이 담긴 홍보물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나눠주기도 하고, 봉황 무늬가 새겨진 선물을 ‘특별 관리대상자’들에게 보냈다.

 

아버지리더십으로 미생을 일깨워 완생을 만들어라

추석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역시 다정다감하고 듬직한 아버지리더십이다. 꼭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가정을 이끄는 사람이 추석연휴에 보여줘야 할 리더십은 아버지처럼 신뢰와 희망을 주는 리더십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복잡한 세상에는 가볍고 변화무쌍한 친구리더십보다는 오히려 진중하고 믿음직한 아버지리더십이 요구된다. 아버지리더십은 허튼소리나 빈말을 하지 않지만 상대방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실천하는 행동가형 리더십과 상통한다. 이번 추석연휴에 아버지들은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가족 친지, 이웃들과 많은 대화 공간을 만들어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만드는 가장(家長)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명절에도 가족 친지, 고향 사람들과 마음 터놓고 정을 나누는 소통의 미덕을 잊고 지내온 것 같다. 이 땅의 아버지들이 이번 추석연휴를 계기로 소통의 리더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집안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어머니들도 함께 소통의 동반자가 되어야 온전한 소통 리더십이 창출됨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아버지리더십은 위대한 아들과 딸을 탄생시켜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교육을 통해 자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아버지리더십은 자녀들이 험난한 인생살이에서 삶의 위기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경험과 연륜이 적은 어린 자녀들을 글로벌리더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아버지리더십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다. 가족들에게 다정하게, 때론 엄하게 꾸짖기도 하면서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것이 아버지리더십의 본질이다. 바둑판에서 미생은 한 집뿐인 상태를 말하는데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 되어 살아남을 수 있다. 아버지리더십으로 미생을 일깨워 완생을 만들어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따뜻한 쌍방향 소통

추석리더십에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차가운 한쪽방향의 일방적 소통이 아니라 따뜻한 쌍방향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의 생각과 주장을 무리하게 내세우면 충돌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좋은 추석날 맛있는 송편과 음식을 앞에 두고 종종 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링컨이나 루스벨트, 처칠 등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상대방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수용하는 쌍방향 소통 능력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이번 추석 때 상대방 말을 한 번 더 들어주는 아량을 베푼다면 어느 때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명절이 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따뜻한 소통 리더십은 가정뿐 아니라 교회나 기업에도 필요하다. 명절을 계기로 교회 구성원들이 자기가 맡은 직분과 직책을 떠나 믿음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중간 관리자나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다. 회사 간부들은 이번 연휴기간에 조용히 눈을 감고 그동안 나는 과연 상사, 동료, 부하 직원들과 원만한 소통 관계를 유지해왔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자. 교회나 가족, 회사와 국가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리더십 덕목은 따뜻한 쌍방향 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경청, 그리고 믿음과 희망을 주는 아버지리더십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추석연휴는 짧은 기간이지만 인상 깊은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sondongwon@gmail.com

 

09.14.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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