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 목사 (NY 부르클린 제일교회)
4. 예배의 성경적 원리
1)루터의 예배관
루터는 중세의 예배를 성경에 명하거나 지시된 적이 없는 미신적으로 인위적으로 보았다. 그는 로마 천주교회로부터 미신적인 요소들을 제거함으로 예배를 개혁하고자 하였으며, 화체설과 사제를 통한 죄의 고백 등 비성경적인 것들을 비판하고, 성경에 근거한 예배의 회복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그는 ‘성경이 명백하게 금하지 않았다면 교회가 금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관용적인 입장을 취함으로 인위적인 예배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실수를 범하였다. 성경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교회에 유익이 된다면 예배를 고안하고 개발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루터가 로마 천주교회 안에 남아있는 인위적인 예배 요소를 포용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루터파 교회는 예배나 교회 정치에서 로마 천주교회의 것을 대체로 수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2) 칼빈의 예배관
루터와 달리 칼빈은 성경만이 교회와 사회 전 영역을 다스리는 규범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성경이 명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지 금한다”는 명제를 그의 신학 원리로 채택하였다. 그는 예배의 목적을 하나님에 대한 사랑, 신뢰, 충성과 이웃 사랑을 고무시키는 것으로 보고, 덕성 함양에 이바지할 수 없는 것을 예배에 포함하려고 하지 않았다. 순진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고 마음을 어둡게 하는 모든 과장된 허식적인 요소가 예배에서 제거되어 예배는 단순하고도 명료하게 드려야 하며, 불필요한 동작이나 행위, 또는 언어와 도구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였다.
칼빈은 이처럼 예배의 목적과 성격을 말하고, 교회가 고백해 온 신앙고백이나 교회의 전통을 예배의 표준으로 삼아서는 안되며, 성경이 가르치는 것만 예배의 원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햐면 “우리는 하나님이 명령하지 않은 것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칼빈은 예배의 내용이나 방법을 인위적으로 고안하지 말고, 하나님이 제정하신 대로 예배드릴 것을 주장했다. 칼빈은 기독교 신앙의 내용을 본질적인 것과 지엽적인 것으로 나누었다. 지엽적인 것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것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는 본질적인 것에 교리와 예배를 포함시켰고(기독교강요, 3장 20, 29항, 2장 7절 33-34항), 이성적이라거나 전통적이라는 핑계로 인위적인 교리나 예배를 고안하거나 장려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예배 장소나 시간이나 성찬식 때 쓰이는 포도주에 대한 것들은 지엽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지엽적인 것들에 대해서 교회가 결정하여 성도들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였다(기독교강요 4장 12, 43항). 그것들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성경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3) 칼빈과 청교도 개혁주의에 따른 예배의 대상
가) 칼빈의 제 1계명에 대한 해석 칼빈은 제 1계명이 예배의 대상이 오직 하나님뿐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칼빈은 제 1계명이 예배의 대상에 대해 교훈하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두 가지 명령 곧 금지와 명령을 내포한다고 하였다. 이 계명에서 금하는 것은 “하나님께만 두어야 하는 신뢰, 또는 그분에게 돌려야 할 선함이나 덕을 다른 신에게 드리는 것”이라고 하면서, 창조주 하나님을 잊고 인간이 만든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은 “염치없는 여자가 자기 남편 앞에서 정부를 끌어들여 남편의 마음을 더욱 괴롭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다(강요 2장 8. 16항). 하나님이 명하는 것은 “말과 몸짓, 외적인 표시”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생각과 모든 열심을 다해” 하나님만 경배하며 앙모하라는 것이라고 하였다. 하나님만 예배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나) 1계명은 오직 하나님만이 예배의 대상임을 밝히는 것 칼빈은 인간이 하나님을 예배할 때는 하나님에 대한 앙모(Adoration), 신뢰(trust), 기원(invocation), 감사(thanksgiving)가 요구된다고 하였다. 앙모는 각 개인이 하나님의 위대성에 머리를 숙여 공경과 경배를 드리는 것이며, 신뢰는 하나님의 모든 속성을 인정하고, 하나님을 굳게 믿으며, 그 안에서 평안을 누리는 것이며, 기원은 곤란한 일이 닥칠 때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도우심만 의지할 것을 구하는 마음의 습성이고, 마지막으로 감사는 모든 선한 일에 대하여 하나님을 찬양하는 태도라고 하였다(강요, 2장 8. 16항). 이와 같은 예배의 내용들은 하나님께서만 돌려야 하고, 모든 인위적인 신들은 마음으로부터 몰아내야 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티끌만큼이라도 감하는 것은 옳지 않고, 하나님에게 속한 것은 모두 하나님에게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칼빈은 이와 같이 제1계명을 통해 예배의 대상이 하나님뿐임을 밝히면서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성자들이나 천사, 인위적인 피조물을 예배하는 것을 금하였다.
다) 칼빈이 영향을 끼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서에 나타나는 예배의 대상 칼빈의 이런 사상은 독일의 교회 개혁자요 칼빈주의자인 자카리아스 우르시누스(Zacharias Ursinus)와 Caspar Levianus)가 프리드리히 선제후의 지시를 받아서 작성한 ‘하이델비르그 요리문답서(Heidelberg Catechism)’에도 나타난다. 요리문답서는 제1계명이 예배의 대상에 대하여 교훈하며, 하나님을 예배할 때에 요구되는 것과 금지되는 것을 내포한다고 하였다. 칼빈이 하나님께 돌려야 할 신뢰나 영광을 다른 신에게 드리는 것을 피상적으로 금한 것과는 달리, 독일의 칼빈주의자들은 “모든 우상숭배와 마술을 피하고 버리며, 성자들에게 기도한다거나 다른 피조물에게 비는 행위를 금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우상을 “하나님이 말씀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여 주신 유일하신 참 하나님 대신, 그런 하나님 외에 의지할 다른 것을 생각하고 소유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95문), 성도들이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만 예배하고 감사와 찬양을 드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라) 청교도들의 예배의 대상에 대한 해석 청교도들은 개혁주의 전통에 따라 제 1계명의 내용이 예배의 대상임을 밝히고 있으며, 예배하는 자에게 필요한 요구 사항과 금지 사항을 포함한다고 보았다. 제 1계명이 요구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홀로 참되신 하나님이심을 알고 인정하며, 그분만 생각하고, 묵상하고 기억하며 높이고, 존경하고 경배하며 사랑하고 사모하고 경외함으로 예배하며, 영화롭게 하고, 믿고 의지하며 바라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열심히 하나님을 찾고, 모든 찬송과 감사를 드리며, 전인격적으로 순종하고 복종하며, 그를 기쁘시게 하기 위하여 범사에 조심하며, 어떤 경우든지 그를 노엽게 하였으면 그것을 슬퍼하며, 그와 겸손히 동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대소요리문답서 104문).
마) 제 1계명이 금하는 것에 대한 내용 제 1계명이 금하는 것은 무신론과 우상숭배만 아니라 이 계명이 요구하는 의무를 등한시하거나 태만시 하는 것, “헛된 미신, 불신앙, 이단, 그릇된 신앙”에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인간의 심성에 일어날 수 있는 “의심과 절망과 완고함과 심판에 대한 무감각, 마음의 강퍅함과 교만과 뻔뻔스러움, 육체적인 생활의 방종,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 불법을 택하고 인간적인 수단에 의지하는 것, 육에 속한 기쁨과 향락에 빠지는 것”을 금한다고 하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앙적으로 미지근함, 하나님의 일에 대한 무감각,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고 배교하는 것”은 불신앙적인 것이라고 선언하고, “성자들이나 천사들 또는 다른 피조물에게 기도하든지 예배를 드리는 것, 마귀와 의논하며 그의 암시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하나님의 섭리에 대하여 불평하거나 비난하는 것“ 등을 정죄하였다(대요리문답서 105문).
청교도들은 칼빈이나 독일의 개혁주의자들보다 더 구체적으로 제 1계명을 해석하였으며, 마음과 힘과 생명을 다하여 하나님만 예배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예배의 대상이 오직 창조주 하나님뿐임을 강조하였으며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는 것과 성자들의 이름으로 하나님을 찾는 행위와 인간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을 신격화하는 것을 정죄하였고, 무신론이나 불신앙적인 사상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청교도의 성경 해석은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의 평등으로 이어졌고, 평등사상에 근거하여 피조물을 절대화하는 것을 반대하게 되었다. younsukle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