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을 따라

변명혜 박사 (ITS 교수)

얼마 전 아끼는 제자에게서 다음 달에 목사 안수를 받는다고 참석할 수 있는지 연락이 왔다. 며칠 후에 다른 제자도 그 주 토요일에 안수식이 있다고 전화를 했다. 젊은 제자들의 목사 안수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기쁘기도 하지만 안스럽기도 하다. 어려운 길을 걸어갈 그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고 이제는 노골적으로 기독교를 모욕하는 시대이다. 교계 안에서 마저 동성애 이슈를 둘러싸고 교단이 분리되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이런 때에 주님만 바라보며 복음의 길을 묵묵히 가야 할 목회자의 길은 단단한 각오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이다. 목회 후보생들에게 선배 목사가 쓴 “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라는 책 제목처럼 부르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길이다. 목사 안수를 받는 제자들을 생각하며 목회로의 부르심을 생각해본다. 옛날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목회나 선교의 뜻을 품고 신학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그러나 최근의 동향은 평신도로서 신학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신학교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목회의 소명이 없이 입학을 했다가 학업 과정 중에 소명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제자도 있다. 그런 학생을 보면 가르침의 보람이 뿌듯하게 다가온다. 반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목회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이 없어져서 졸업 후에 다른 일을 하는 제자도 있다. 사무엘처럼 또 모세처럼 하나님께서 직접 나타나셔서 이름을 불러 사명을 맡기는 상황이 아니라면 목회로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은 쉽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에 베네딕도의 규칙에 관한 책을 읽다가 그들이 사제를 세울 때 얼마나 까다롭게 소명을 확인하는지를 알고 놀란 적이 있다. 단단한 결심이 없으면 아예 성직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는 메세지였다.

부르심에 대한 정의는 종교개혁 이후에 광범위해졌다. 성직자에게만 사용되던 부르심이라는 단어가 재해석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사람들로 살도록 받은 부르심을 일차적인 부르심으로, 각자의 직업을 수행하는 부르심을 이차적인 부르심으로 정의하였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일이 무슨 일이든지 우리는 다 부르심의 목적을 이루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직업이 다 귀하지만 특별히 목회자로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은 그 책임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사람의 영혼을 다루기 때문이다. 목회학 석사의 영어표현인 Master of Divinity는 ‘master of divine,’ 즉 거룩한 것을 통달한다는 뜻을 지닌다. 목회자는 삶의 의미와 목적, 하나님의 존재와 품성 등 거룩에 속한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뜻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고, 드러내야 한다. 

목회의 길을 가려는 제자들을 제대로 준비시킨 것인지 돌이켜보는 부족한 선생이지만 그들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을 격려하고 싶다. 먼저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계속 변명과 핑계거리를 찾았던 모세,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한 예레미야가 좋은 예이다. 어쩌면 큰 사명 앞에서 아무 망설임이 없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맡기신 일을 도저히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너와 함께 한다”는 반복되는 메세지를 주신다. 내 능력이 아닌 그 분을 의지할 때 맡기신 일을 이루신다는 뜻이다.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 부르심을 수행하는 힘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목회의 과중한 임무로부터 목회자를 지켜주는 질문은 ‘나는 누구의 부르심을 받았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할 때 하나님은 그들을 강하게 하신다고 말씀하신다 (렘1: 18-19). 타협하지 말기를, 그리고 끝까지 겸손하기를 목사 안수를 받을 제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오스기니스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진정으로 중요한 단 하나의 청중이 계시며 우리는 그 유일한 청중 앞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linda.pyun@itsla.edu

 

10.0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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