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어느새 오월이 다가오고 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상적으로 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장소이어야 한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아,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가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쉼을 누리며 고단한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 곳이 가정이다. 마른 빵 한 조각을 나누어 먹어도 화목한 가정이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불화한 가정보다 낫다는 말을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햄버거를 사 먹어도 웃음이 있는 가정이 스테이크를 차려 놓고 냉랭한 분위기로 식사를 하는 가정보다 행복하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현대의 많은 가정은 내부적인 어려움과 외부적인 공격으로 힘들어한다. 가족 간의 갈등과 문제 속에서 깨어진 가정 (broken family) 이 늘어난다. 깨어진 가정의 원조는 에덴 동산의 아담과 하와의 가정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죄가 세상에 들어 온 순간부터 아담은 자신의 불순종을 하와의 탓으로, 결국은 아내를 주신 하나님 탓으로 돌렸다.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짝지어 주신 여자, 그 여자가 그 나무의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그것을 먹었습니다.” 물론 하와는 뱀이 자신을 꾀었다고 핑계를 댄다. 그렇게 보면 죄의 권세 아래 있는 우리 모두의 가정은 사랑보다는 서로를 향한 비난이 더 자연스러운 깨어진 가정이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아름다운 가정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그 길은 십자가에 있다. 화목(reconciliation)의 상징인 십자가는 모든 관계에 화목과 회복을 가져온다. 찬송가 가사처럼 사철에 봄바람이 부는 화목한 가정은 가족을 위한 누군가의 희생 위에 이루어진다. 예수님의 희생이 우리를 살렸듯이 우리의 죄인 된 본성인 이기심을 내려놓고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의 마음이 그 가정을 살린다. 때로는 철없고 자기 중심적인 아내를 참고 견뎌내는 아빠들도 있지만 가정을 세우는 데는 엄마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성경은 현숙한 아내의 가치가 진주보다 뛰어나다고 한 것 같다. 엄마들은 자녀나 남편을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어머니의 마음”을 기리는 곡은 있지만 아버지의 수고를 노래하는 곡은 없는 이유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딸이 메모에 “기저귀 값”이라고 쓴 수표를 용돈으로 주어서 웃었던 적이 있다. 갓난 아기 때부터 키워준 엄마의 수고에 대한 감사를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기저귀 값, 우유 값만 들었을까? 잠을 설쳐가며 아기를 돌보는 엄마, 아빠의 희생 없이 성장한 자녀는 없다. 예수님의 희생처럼 가족을 위한 희생은 자발적이며 값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정에는 사철에 걸쳐 봄바람만 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 때도 있다. 건강의 어려움이 닥쳐올 수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다. 각자가 지닌 성품의 연약함이 서로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어려움의 시기를 잘 이겨내려면 가족 간의 하나됨이 필수적이다. 내가 아는 분이 가끔씩 버럭 화를 내서 자녀들이 아빠의 별명을 00버럭이라고 지어 주었다. 그러나 가족 간의 열린 대화를 통해서 성인이 된 자녀들과 부모는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그 가정에도 남편을 사랑으로 품으며 지혜롭게 자녀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아내의 역할이 크다. 어느 목사님은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가족 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물의 편지를 쓰라고 말한다. 진심을 담은 편지가 가족 간의 응어리를 녹인다는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오월이면 가정에 관한 특별 세미나를 연다. 물론 가정에 대한 세미나를 자주 할 수는 없으니 일년에 한 번이라도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세미나를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일년에 한두 번 참여하는 세미나로 행복한 가정을 기대할 수 있을까? 좋은 세미나를 듣고 실천에 옮기기로 해도 작심삼일, 또 넘어지고 실수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러기에 날마다 주님 앞에 나를 내려놓고 에덴동산에서 첫 가정을 시작하신 하나님을 가정의 중심에 모실 때 우리의 가정은 마른 빵 한 조각만 있어도,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 앞에서도 천국을 누리는 행복한 가정으로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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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