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할 수 없는 것

변명혜 교수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십 여년 넘게 참여하던 청년 운동에서 맡은 직책을 올해로 내려 놓았다. 세미나 강사로, 조장들의 멘토로, 그리고 공동대표로 해마다 여름이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냈던 단체였다. 어느새 공동대표 중에서도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아져서 이제는 젊은 분들이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일주일을 대학 기숙사에 머물며 젊은 청년들의 스케줄에 마쳐 움직일 체력도 자신이 없어지는 나이가 된 것 같아서 였다. 해마다 마음을 쏟던 컨퍼런스였으므로 빈자리가 서운하기도 했다. 마침 제자가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어느 교회 청년부 수련회를 강사로 섬겨 달라는 부탁이 와서 흔쾌히 수락을 했다. 이제 청년들과 함께 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청년들과 며칠 동안 보낼 시간을 주신 것이 감사했다. 세 번의 세미나와 주일 설교를 부탁받고 주제에 맞는 내용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강의 중에 성적 순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싶었는데 성인이 된 우리 세 아이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크리스천의 가치관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욱 세상과 동화가 되어가는 젊은이들의 가치관의 흐름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주변 친구들이 동거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심지어 나도 알고 있는 한 청년은 동거하던 여자와 헤어지기 전에 어떻게 할지 결정을 하기 위해서 부부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데 그 애 크리스천 아니니?”라고 질문을 한다. 

성문화가 점점 자유롭게 변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결혼 전의 성관계, 동거는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그다지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순결을 지키는 친구들을 “천연기념물”이라고 부르며 기이한 사람 대하듯이 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십여 년 전이니 요즈음에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문화적인 영향력이 크리스천에게도 별다른 차이 없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도덕적 상대주의로 표현되는 “나의 삶은 내가 결정하며 나는 그 어떤 사람의 조언이나 기준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만연한 결과이다. 요즈음 시대는 초고속으로 변한다. 발달된 인공지능이 학교 과제까지 대신해주는 시대가 되어서 학교에서는 교수들이 그런 과제를 어떻게 분별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뿐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 가치관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남자 친구, 여자 친구와 버젓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에 대한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다. 급속히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아랑곳없이 변화를 거부하며 고집을 부리는 것은 답답한 모습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도 변할 수 없고 반드시 지켜야 할 원리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제시하시는 성경적인 삶의 원리이다. 그러잖아도 거의 잔소리로 여겨지는 “라떼 (나 때는 말이야)”로 어른들의 말은 크게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에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바른 성경적인 생활 원리를 전달할 수 있을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게 아날로그에 익숙한 어른들의 말은 한갓 잔소리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되었다.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장소에 위치한 수련회 장소에서 만난 청년들을 보니 혼돈스러운 세상 한 가운데서 믿음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스러웠다. 아들 같고 딸 같은 청년들에게 이 세상이 던지는 메세지에 현혹되지 말자고,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 격려하며 함께 하나님의 자녀로 성장해가자고 격려하였다. 이제 오늘 아침 마지막 메세지를 끝으로 청년들은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젊은 날의 많은 고민들을 안고 살아갈 이들이 스스로의 열심과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거룩의 길을 이루게 하실 하나님을 바라보기를 원한다. 하나님 앞에서의 매일의 경건의 시간이 쌓여 그분을 닮은 성품을 이루는 청년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우리의 옛사람을 통해 우리를 유혹하며 잡아당기는 욕망을 벗어버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사람이 지니는 거룩을 옷 입어서 세상문화를 거스르고 힘차게 나가는 청년들이 되기를 소원하며 올해도 젊은이들을 섬길 수 있는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lpyun@apu.edu

07.0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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