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내가 담당하고 있는 우리 신학대학원 한국어프로그램이 오랜 세월 머물던 LA를 떠나 오렌지 카운티로 이사를 했다. 새 캠퍼스의 건물이나 시설은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있던 이전 캠퍼스보다 훨씬 깨끗하지만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과정에 따른 마음의 어려움도 많았다. 새 학기의 분주함이 가라앉은 시월 초에 캠퍼스 이전 예배를 드리기로 계획했다. 통상적으로 개강예배, 종강예배는 재학생들과 교수님, 직원들이 모여 드렸지만 이번에는 동문들을 옮긴 장소에 초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문회 단톡방에 초대 글을 올리고 단톡방에 없는 제자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다. 새로운 캠퍼스를 소개하고 오랫동안 못 만난 졸업생들의 얼굴도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제일 간절했던 마음은 새 장소에서 동문들과 함께 하나님께 찬양하며 예배를 드리고 싶은 것이었다. 코비드 기간 동안 못 만나서였는지 많은 제자들에게서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오자 마치 손님을 초대한 주인처럼 갑자기 음식 준비, 장식 등으로 마음이 분주해졌다.
예배당일,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날 때마다 너무 반가웠다. 먼 거리를 마다치 않고 달려온 교수님들과 제자들 한 분, 한 분의 학교를 향한 사랑이 감사했다. 그동안 보관실에 넣어 놓았던 키보드도 꺼내고 재학 시 찬양 인도에 늘 은혜가 많던 목사님, 전도사님 그리고 재학생으로 구성된 찬양팀이 예배를 인도했다. 캠퍼스를 옮긴 후 처음 드리는 예배였다. 동문들, 교수님들, 재학생들이 함께 모여 찬양을 드리면서 마음에 감사가 넘쳐났다. 캠퍼스 이전 감사예배라기보다 마치 동문들의 홈커밍데이 같은 느낌이었다. 여러 곳에서 열심히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제자들을 보며 마음이 뿌듯했다. 신학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이 시기에 왜 우리 학교 신학대학원이 사명을 붙들고 존재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예배 후에는 동문 목사님이 기쁨으로 마련해주신 음식을 나누며 삼삼오오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동문회가 주관하는 연말 모임은 있지만 매년 한 번씩은 동문들을 캠퍼스로 초대해서 홈커밍 예배를 드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캠퍼스 이전 예배를 잘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에는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와 기쁨이 솟아났다. 그동안 혼자 이 일 저 일 신경 쓰며 지쳤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내 곁에는 든든한 아주사공동체가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공동체를 허락하셔서 공동체를 통해 서로 격려하며 서로를 세워 나가기를 원하신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일도 함께하면 이룰 수 있다. 혼자 애쓰다 지쳐 버릴 때 함께하는 마음이 전달되면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런데 그 공동체가 믿음으로 하나 된 공동체라면 그 힘은 훨씬 커진다. 그래서 성경은 합심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힘써 모이기를 권하며, 형제가 동거함이 아름답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마음과 한 목소리로 아버지 하나님을 찬양할 때 우리에게는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과 평안이 있다. 또 선포되는 말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아버지의 마음을 따라 살고자 하는 결단이 있다.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느끼며 서로를 향한 사랑과 격려를 나누고, 무엇보다 새 힘을 얻게 된 캠퍼스 이전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lpyun@apu.edu
10.29.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