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작년에 남편을 잃고 다른 주로 갔던 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제 곧 병원 원목 훈련을 받기 위해서 샌프란시스코로 가야 하는데 떠나기 전에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연락받은 다음 날 시간이 된다고 했더니 그날 마침 아주사신학대학원 동창들 모임이 있는데 내가 합류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제자들 얼굴도 볼 겸 그렇게 하기로 했다. 모임에 가보니 신학 석사를 마치고 우리 학교 목회학 박사과정 중에 있는 다섯 명의 여학생들의 만남이었다. 여학생이라고 해서 어린 학생들은 아니고 오십 살이 넘은 목사, 사모, 그리고 전도사로 구성된 인생 경험이 많은 분들의 모임이다. 박사과정 논문 작성하는 얘기부터 선교 이야기, 그리고 소소한 일상까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점심시간에 만났는데 저녁 시간이나 되어서 집으로 왔다. 그 모임의 멤버 중 한 사람이 말한 것처럼 그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다 개성이 강한 분들이다. 그래서 처음 모임을 가질 때는 서로 갈등도 있고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주사퍼시픽 신학대학원 학생이라는 공통분모 위에 모임을 계속하다 보니 서로의 삶도 더 이해하게 되고 서로를 통해 힘을 얻으며 다른 모임에서 찾을 수 없는 편안함이 있다고 했다.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내가 디렉터로서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신학대학원 재학 중에 학업에 몰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평생 친구들을 만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자, 선교사, 평신도 지도자로서 교회와 사람들을 섬길 때 속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를 벗어나서도 좋은 친구를 둘 수 있지만 공통의 관심사와 목표를 지닌 사람들끼리 서로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그룹을 이루는 것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더구나 사람들을 섬기는 일을 하다 보면 마음에 많은 부담과 상처를 받게 되고 그런 어려움을 평신도와 쉽게 나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던 일들도 서로 나누다 보면 다른 사람의 지혜를 통해 간결하게 정리가 되기도 하고 지혜로운 조언을 듣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힘들어하는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즉 “나만인 줄 알았는데 너도?”라는 사실이 외로운 길을 갈 때 힘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도 신학대학원 시절 함께 공부했던 친구 목사님 둘과 함께 만나는 써포트 그룹이 있다. 학교 졸업 후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다가 다시 연결이 되어서 매주 기도모임을 가졌었는데 각자의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몇 년 후 기도모임은 중단되었다. 요즈음은 날자를 정해놓고 만나지는 않지만 한 달에 두 번 정도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어떨 때는 천국에서 우리가 지닐 새로운 모습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 신학적인 상상을 나누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마치 우리가 종교개혁을 이룰 사람들인 것처럼 교회에 대해서 걱정도 하지만 때로는 별 의미 없이 하하 웃는 싱거운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십여 년 넘게 알고 지내다 보니 편안하고 부담이 없이 자신의 삶을 나눌 뿐 아니라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주님을 바라볼 수 있는 귀한 모임으로 성장한 것이다. 서로의 장점, 단점을 극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그룹이 써포트 그룹일 것이다. 나 혼자 갈 수 없는 인생의 길을 곁에 두신 귀한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걸어갈 수 있는 써포트 그룹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소망한다.
lpyun@apu.edu
08.06.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