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지난 성탄절에 딸에게 선물을 받았다. 어떤 것이 필요한지 선물할 것을 찾는 것도 어렵고 해서 가족끼리는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 하기로 했었다. 그래도 선물 없이 지나가는 것이 서운했는지 “별 것 아니예요”라며 딸이 조그만 박스를 건넸다. 열어보니 예쁜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가 들어 있었다. 귀도 안 뚫은 엄마에게 귀걸이를 주다니 늦은 나이에 귀를 뚫어야 하나 생각했다. 딸은 “엄마,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어서 예뻐서 샀어요. 잃어버리지 말고 잘 하세요”라고 했다.
잃어버리지 말라는 말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오십 살 되던 생일에 아이들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면서 선물로 목걸이를 주었다. 그런데 그 목걸이에 다이아몬드 장식이 있었다는 것은 목걸이를 잃어버린 후에 알았다. 누가 들으면 웃겠지만 나는 다이아몬드인지 유리인지 잘 구별을 못한다. 그냥 예쁘게 반짝거린다고 생각할 뿐이다. 딸부자 집에서 다섯 언니와 함께 자랐지만 엄마도, 언니들도 보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결혼식 때도 남편과 함께 서로의 이름을 새긴 금반지를 주고받은 것뿐이니 다이아몬드를 자세히 관찰할 일도 없었다.
아이들이 사 준 목걸이를 했던 날, 퇴근길에 한의원에 들려서 치료를 받았다. 목걸이를 빼라고 해서 가방 안주머니에 넣었는데 집에 와보니 목걸이가 없었다. 집에 오는 길에 마켓에 갔었는데 아마 차 열쇠를 꺼내면서 가방에서 빠져 나온 것 같다. 그 때는 세 아이들이 다 공부하고 있던 때여서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다. 엄마 오십 살 생일이라고 정성스럽게 사준 것을 엄마가 길에 떨어뜨리고 왔으니 정말 미안했다. 그래서 딸이 크리스마스 때 목걸이를 사주면서 이제 잃어버리지 말라고 얘기한 것이다.
2주 전에 학교 일로 분교에 방문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가면서 딸이 사준 목걸이를 하고 갔다. 분교에 도착해서 회의실에 컴퓨터를 내려놓고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목걸이가 없었다. 아마도 집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목걸이가 느슨하게 채워져서 떨어진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차에 떨어져 있겠지” 생각했다. 회의를 마치고 차에 가보니 없었다. “그러면 집에 떨어져 있겠지” 하고 집에 도착해서 차고부터 시작해서 방까지 열심히 바닥을 쳐다보았지만 아무 곳에도 목걸이는 없었다.
갑자기 딸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칠칠한 엄마가 또 목걸이를 잃어 버렸으니 말이다. 다시 한 번 아침에 움직인 동선을 따라 꼼꼼하게 찾아보아도 목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딸에게 면목이 없어서 잃어버렸다고 말하지 말고 똑같은 것을 하나 주문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별 기대 없이 아침에 방문했던 분교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학생들이 파킹장에서 목걸이를 주었다고 가져오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직원이 친절하게 알겠노라고, 아무도 안 갖고 와도 전화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5분쯤 지난 후에 직원이 회의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목걸이를 찾았다고 전화가 왔다.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던지 온 몸에 긴장이 풀렸다. 잃었던 목걸이를 찾고 나니 예수님이 말씀하신 잃은 드라크마를 찾은 여인의 비유가 생각났다. 열 드라크마 중에 잃은 하나를 찾기 위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부지런히 찾는 여인의 모습이 마치 딸이 준 목걸이를 찾기 위해 차 안과 차고, 집안 마루바닥을 꼼꼼히 살폈던 내 모습 같았다. 상품 가치로 본다면 그다지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딸이 엄마를 생각해서 사준 것이기에 그 목걸이가 귀했다. 그래서 마음을 졸이면서 열심히 찾았던 것이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기까지 사랑하신 우리들의 영혼의 가치는 작은 다이아몬드에 비할 수 없이 귀하다. 그렇게도 귀한 잃어버린 영혼을 안타깝게 찾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절실함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영혼을 찾았을 때 기뻐하며 즐거워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잠시 잃었다가 다시 찾은 목걸이는 기도 리스트에 있는 믿지 않는 친척, 형제들을 생각하게 했다. 몇 년을 기도해도 아직 하나님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서 답답하기만 한 그들을 안타깝게 찾으시는 주님을 생각한다. 잃어버린 영혼들을 주님께서 찾으실 그 날을 위한 기도를 쉬지 않기를 다짐한다.
03.05.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