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새

변명혜 교수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우리 교회는 해마다 연말 특별새벽기도를 두 주 동안 진행한다. 첫 주는 한국어 강사들이, 둘째 주는 영어권 강사들이 초청되어서 말씀을 맡는다. 통역이 가능하므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고 평일에는 새벽 5시, 토요일은 6시에 시작을 한다. 우리 교회에서 사역을 한 후 맞은 첫 특새 때 예배시간에 맞추어 갔다가 파킹장에 자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본당 예배실이 꽉 차서 자리가 없는 바람에 소예배실로 가서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있다. 5시에 예배가 시작인데 열심이 특심한 분들이 일찍부터 오는 바람에 본당에 앉으려면 적어도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른 새벽부터 잠도 안 깬 어린 자녀들까지 줄줄이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 대단한 열심에 감탄을 했다. 

원래 우리 민족은 종교심이 강하다. 한국교회의 전통인 새벽기도 뿐 아니라 정한수를 떠놓고 지성으로 비는 것, 절에 가서 백일 불공을 드리는 것 등 우리 민족은 종교적 열심을 내는 것에 다른 민족보다 뛰어난 것 같다. 그래서 혹시라도 믿음이 연약한 사람들이 열심히 새벽기도에 참석하면 하나님의 특혜를 받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감으로 특새에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참여를 격려하기 위한 특새 출석표가 교회 복도에 붙어 있어서 매일 참석하는 어른들은 개근 메달을, 자녀들은 후드 티셔츠를 준다. 교육학적인 면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하나님과의 관계에 상을 통한 외적 동기유발을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렇게 특새에 대해서 갸우뚱한 생각을 하던 내가 올해는 특새 개근을 했다. 그동안은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입장이어서 강의가 없는 날이나 토요일에만 특새에 참석을 했었다. 작년에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든 것이 움츠려 있을 때에도 우리 교회는 2주 동안 특새를 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지만 교회 본당은 열려 있어서 교회 역사 이후로 처음 텅텅 빈 예배당에서 띄엄띄엄 앉아 예배를 드린 후 기도를 했다. 

나는 해마다 연말이면 하나님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며칠 간 일상을 떠나곤 했는데 작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아무 곳에도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교회 특새에 시간을 드리기로 하고 첫 한 주간을 교회로 갔다. 운전하고 가는 길에 하나님은 특정한 성경구절을 주시기도 하셨고 기도하는 가운데 잔잔한 은혜로 채워주셨다. 둘째 주에는 몸이 힘들어서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했는데 몸은 쉬었지만 아무래도 교회 현장예배에 참여했던 첫 주 같지는 않았다.  

올해도 역시 개인적인 리트릿을 가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아직 풀리지는 않아서 다시 교회 특새에 시간을 드리기로 했다. 집이 교회에서 좀 먼 거리여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되었다. 항상 새벽기도 가면서 느끼는 것은 그 이른 시간에도 프리웨이에는 이미 출근하는 차들과 트럭들로 분주하다는 것이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을 볼 때 하나님과 대화하기 위해 이른 새벽을 깨우는 것은 우리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는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특새 첫 날 예배당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예년보다는 조금 덜 복잡했지만 말씀을 사모하며 기도에 힘쓰고자 하는 성도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추운 새벽부터 파킹을 위한 봉사를 하는 분들, 추가 주차장에서 교회로 성도들을 태워 오는 봉사를 하는 분들, 간단한 아침식사를 런치 백에 담아주는 일을 위해서 수고하는 분들 등 수많은 분들의 봉사로 이루어지는 특새였다. 

강의가 있는 날은 힘이 들어서 눈에 실핏줄이 터지기도 했지만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깨우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특새 기간 동안 말씀을 통해 회개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참여할 수 있는 힘을 주신 것도 하나님이심을 알기에 시편 65:4절의 말씀이 새롭게 다가오는 특새였다. “주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사 주의 뜰에 살게 하신 사람은 복이 있나이다. 우리가 주의 집 곧 주의 성전의 아름다움으로 만족하리이다.”                             

 lpyun@apu.edu

12.2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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