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변명혜 교수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에 머물게 되면서부터 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그 기다림은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기다림이다. 감염에 대한 아무 염려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웃고, 식사도 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기다림이다. 보고 싶은 학생들을 강의실에서 만나고 싶은 기다림이다. 마켓에 갈 때도 카트 손잡이를 클로락스 천으로 닦고 집에 돌아와서는 사온 물건 하나하나를 다시 소독해야 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기다림이다. 기다림에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소망이 함께 한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우리가 기다리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긍정적인 미래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망을 품고 기다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기다림에는 소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대상에 대한 믿음이 포함된다. 아쉽게도 미국정부는 초기 바이러스 대처에 실패했고 아직도 비현실적일 정도로 낙관적인 면도 있다. 정부를 향한 신뢰는 이미 무너져버렸다.

하루하루 큰 변화 없는 날들을 보내며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고대하는 동안 기다림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 전 딸이 같은 교회친구가 보낸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엄마의 어린 아들에 대한 인내심 혹은 순종 테스트 비디오였다. 엄마가 꼬마에게 맛있어 보이는 간식을 주고는 “엄마 화장실 다녀올 때까지 기다려”하고 사라져 버렸다. 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는 너무 먹고 싶은 표정으로 간식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마치 유혹을 피하려는 듯 엄마가 간 쪽을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간식을 쳐다보고는 애써 참고 있는 착한 그 꼬마의 좌절된 표정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잠시 후 엄마가 나타나고 꼬마는 마침내 행복한 얼굴로 간식을 먹었다. 우리도 이 꼬마처럼 우리의 삶에 찾아오는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잘 참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경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나님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믿음의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인물이 다윗이다. 다윗의 시 중에는 그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부르짖을 때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한 은혜를 감사하는 시가 여러 편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보다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을 죽음의 어려움을 몇 번씩이나 헤치고 나온 다윗은 우리에게 강하고 담대하며 여호와를 기다리라고 권면한다.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기다림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해도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그 분의 선하심을 알기 때문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신뢰한다, 기대한다, 인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하나님을 믿는 가운데 그 분이 행하실 일을 기대하며 인내하는 것이 기다리는 것이다. 인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인내가 성령의 열매의 한 특성이기도 한 것 같다. 아브라함은 기다리다가 지칠 수도 있고 실망할 수도 있는 연약한 우리 인생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기다리다가 조급해져서 이스마엘을 낳는 인간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긴 기다림 앞에서 쉽게 좌절되고 우리 스스로가 다스릴 수 없는 연약한 마음을 하나님은 강하게 하셔서 기다릴 수 있는 힘을 주신다.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한 시대를 앞에 두고 있다. 경제적인 위협이 우리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그 분의 역사하심을 기다린다면 우리는 강하고 담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안과 밖의 혼란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환경을 넘어선 기쁨과 힘을 찾은 선지자 하박국을 기억한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다리는 믿음으로 우리 모두가 어려운 시대를 이겨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은 그 분의 자녀들을 사랑으로 돌보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lpyun@apu.edu

05.2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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