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는 싫어요!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요즘 K-푸드 열풍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발효 식품인 깍두기가 세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 대부분은 깍두기를 좋아합니다. 깍두기는 뭐랑 먹어도 다 잘 어울립니다. 특별히 설렁탕은 깍두기와 함게 먹어야 합니다. 설렁탕집의 깍두기는 유난히 맛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깍두기 볶음밥도 별미였습니다. 정말 맛있게 먹던 추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깍두기는 ‘배추김치’가 아닙니다. 어머니가 깍두기로 볶음밥을 만드신 이유는 배추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었고, 깍두기 볶음밥이 맛있었던 이유도 볶음밥 위에 계란 후라이(Fried Egg)가 올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 놀이에도 ‘깍두기’가 있었습니다. 

동네 축구를 할 때, 우선 운동을 잘하는 두 아이가 주장이 되어서 남은 아이들을 두 팀으로 나눕니다. 당연히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이 먼저 뽑히고, 실력이 없고, 게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아이는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이렇게 마지막에 덤으로 뽑힌 아이가 ‘깍두기’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깍두기의 심정을 아십니까? 끝까지 누가 나를 뽑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깍두기의 안타까움을 아십니까? 맨 나중에 덤으로 뽑혀 자존심 상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깍두기’의 열등감을 아십니까?

깍두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이들과 어떻게 하든지 함께 놀기 위해 애쓰는 깍두기의 애처로운 마음을 아십니까? 팀이 이겨도, 져도 아무도 깍두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고 서운해 하는 ‘깍두기’의 자격지심을 아십니까? 그 당시 동네 아이들은 이렇게 복잡한 ‘깍두기’의 심정을 얼마나 헤아렸을까요?

저는 어린 시절 ‘깍두기’라고 불리는 것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깍두기’가 되어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깍두기’ 제도는 약자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신체 능력이 떨어진 아이, 실력이 없는 아이, 어리고 약한 아이도 따돌리지 않고 함께 놀겠다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깍두기’는 주로 나이가 어린 아이입니다. 형들과 함께 놀고 싶은 어린 동생들입니다. 형들의 놀이에 오히려 방해되는 어린 동생들을 ‘깍두기’로 뽑아서 같이 놀아 주었던 것입니다. 

깍두기와 함께 설렁탕을 먹고, 깍두기 볶음밥을 먹으면서 ‘깍두기’같이 연약하고 부족한 저를 배려해 주신 하나님, ‘깍두기’였던 나를 하나님 나라의 ‘주전 선수’로 불러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깍두기’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그들과 함게 놀고, 함께 웃고, 함께 섬기고, 함께 사랑하는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원합니다. 

‘깍두기’를 좋아하십니까? 어쩔 수 없이 ‘깍두기’가 된 사람들을 사랑으로 감싸는 진정한 하나님나라의 ‘깍두기’가 되시지 않겠습니까? 

 

10.26.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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