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준 가르침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지난주에 말라위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방문 목적은 말라위 선교센터 헌당식에 참석하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우리 교회가 성탄 헌금의 일부분을 말라위 선교센터 건축헌금으로 보냈는데, 그 선교센터가 드디어 완공되어 약 800명의 말라위 학생들과 함께 헌당예배를 드렸습니다. 불모지에 세워진 이 선교 센터는 예배실, 남녀기숙사, 화장실, 샤워실, 봉제공장, 닭 농장, 기술학교, 단기선교팀 숙소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입니다. 

또 다른 방문 목적은 말라위 청소년들을 위한 캠프를 섬기는 일이었습니다. 올해는 고등학교 졸업생과 대학생 850명이 캠프에 참석했습니다. 

말라위는 아프리카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최빈국입니다. 2023년 국제 통화기금(IMF)에 의하면, 말라위는 1인당 국민 소득이 미화 496달러인데, 195개 국가 중 191위라고 합니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평소에는 하루 한 끼만 먹습니다. 그런데 캠프 동안에는 세끼와 두 번의 간식을 먹고 기쁘게 춤을 추며 뜨겁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저들을 통해 말라위에서 이루실 일들을 기대해 봅니다. 

이번 캠프 동안에 가난한 나라에서 자라는 청소년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가난에 대해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첫째, 가난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겪을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말라위처럼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자는 정말 가난합니다. 저들이 생전에 빈곤에서 벗어날 확률은 거의 제로입니다. 누가 “빈곤의 대물림은 사회적 살인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저들은 가난을 대물림함으로 자손들에게까지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처럼 부유한 선진국에도 가난이 있습니다. 먹을 것, 집, 자동차가 있어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빈부의 격차로 인한 사회의 양극화, ‘하우스 푸어’, ‘카 푸어’등의 상대적 빈곤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큰 고통을 겪습니다. 

둘째, 가난한 자에 대한 작은 사랑의 실천과 배려심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 실린 ‘통이 찌그러진 분유’라는 글입니다. 

“만원밖에 없는 가난한 미혼모가 분유를 사러 갔다. 가게 주인은 한통에 만원이 넘는다고 말한다. 힘없이 돌아서는 아이 엄마 뒤에서 주인은 조용히 분유통을 떨어뜨린다 ‘통이 찌그러진 분유’는 반값입니다”....

가난한 자에게는 값싼 동정,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언행, 지키지 못할 약속은 금물입니다. 반면에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하나님의 사랑으로 나누는 작은 사랑은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셋째, 진짜 가난은 소망이 사라진 상태임을 배웠습니다. 말라위에 도착하자마자 제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공항, 길거리에 구걸하는 아이들 미화 3불 정도의 하루 이 금액조차 벌지 못해 길거리를 서성이는 젊은이들, 하루 한 끼를 먹는 아이들, 달리는 차를 세워서 트집을 잡아 돈을 뜯어내려는 교통순경들.... 가난의 대물림으로 고통을 겪는 말라위 사람들의 가난하고 고단한 삶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런데 캠프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해서 그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가난 중에도 예수를 믿는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저들을 통해 칠흑같이 어두운 이 나라에서 한 줄기 소망의 빛을 보았습니다. 절망적인 이 땅에 소망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국제 어린이 양육 단체인 컴패션의 웨스 스태포드(Wess Stafford)대표의 가난에 대한 설명입니다. “가난이란 못 먹고 집 없는 것이 아니다. 가난이란 마땅히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아이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성장해야 하는데, 세상이 악하고 죄로 인해서 아이들에게 그 기회가 없는 것이 가난이다.” 그렇습니다. 가난은 단순히 물질적인 빈곤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망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것입니다. 

말라위 나라는 가난합니다. 말라위 국민은 오늘도 가난에 허덕입니다. 하지만, Pace Academy Foundation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신앙의 훈련을 받는 청소년들은 절대 가난하지 않습니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영적으로는 부유합니다. 예수님 안에서 소망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가 만난 말라위의 청소년들이 가난하지만, 절대 가난하지 않은 이유를 아시겠지요? 저들에게 가난은 불편한 것이지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저들은 오늘도 가난 중에도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을 붙잡고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08.03.2024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