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사람들끼리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몇 년 전 교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팀 피터스 목사님의 ‘목회자들이 너무 빨리 목회를 그만두는 진짜 이유 10가지’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 글에 의하면 1,700명 이상의 목회자들이 낙담, 실패, 외로움, 도덕적 실패, 재정적 압박, 화(분노), 탈진, 육체적 건강, 결혼-가정문제, 너무 바쁨 등의 이유로 사역을 조기 종료한다고 합니다. 

최근 제 주위에도 열심히 목회하다가 심신이 지친 분,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로 낙심과 좌절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분, 이민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무례한 일들로 상처 입은 분, 그 외에도 건강 문제, 낙심, 외로움으로 탈진하여 더 이상 목회하기 어렵다는 목사님들이 늘어갑니다. 

사임을 하려고 해도 교회 리더들이 건강검진과 휴식을 취하고 다시 돌아와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여 안식월을 하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목회를 내려놓고 멀리 떠나서 평신도로 살고 싶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목회가 어렵습니다. 개척교회도 어렵지만, 대형교회도 어렵습니다. 특별히 이민 목회가 어렵습니다. 저는 20대에 유년 주일학교 전도사로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 청소년부, 대학부, 청년부, 장년부, 담임 목회 등등 거의 40년을 목회하는 동안, 한 번도 목회가 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민 초기에는 목회자들이 성도들의 이민 생활을 도왔습니다. 공항 마중, 운전면허증, 자동차 구매, 구직, 자녀학교 등록, 통역, 심지어 스쿨버스 놓친 아이들 라이드까지...목회자들은 영적인 일 외에도 성도들의 미국 정착을 돕기 위해 발로 뛰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민 교회 목회자들은 어쩌면 이민 초기보다 더 큰 산과 더 깊은 강을 건너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이민자 감소, 경제와 사회 문제로 인한 재정 감소,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언어와 문화장벽,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단절, 목회자의 자질 문제, 성도들의 교회 직분에 대한 잘못된 인식, 끝없는 교회 분쟁 등등...다양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역자에 대한 비판과 정죄, 책임만 있고 책임을 감당할 권한이 없는 교회 문화, ‘나 홀로’라는 끝없는 외로운, 자신의 모난 성품과 부족한 영성 때문에 성도들을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자책 등은 목회자가 “이대로 사역을 계속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이처럼 목회자 자신의 연약한 영성과 미성숙한 인격, 그리고 지칠 수밖에 없는 열악한 목회 환경과 목회자들에 대한 격려의 결여가 계속되면, 마침내 더 이상 목회를 계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물론 목회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세상살이가 다 힘듭니다. 물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사는 것이 힘듭니다. 광야와 같은 세상에서 순례자로 사는 것이 힘듭니다. 이 험한 세상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사는 것이 힘듭니다. 결혼생활, 자녀 양육, 가정생활, 직장생활, 신앙생활 등등 힘들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모두 연약하여서 사랑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연약하고 허물이 많은 사람끼리 서로 하나님의 사랑으로 위로하여야 합니다. 힘들고 지쳐서 좌절하고, 고난과 고통으로 아파하는 형제자매끼리 서로 하나님의 사랑으로 감싸주면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가질 것입니다. 탈진해서 목회를 그만두려는 목회자들을 격려하고 기도해 주면, 끝까지 부르심을 감당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형제님, 자매님, 목회자님, 주안에서 사랑합니다. 하나님이 당신과 함께하십니다. 우리가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힘내세요. 파이팅!!”

07.0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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