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짐은 필수”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깨어짐을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요?

몇 년 전, 플러턴 지역이 지진과 여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전이 되고 수도관이 파열되고 담장이 무너지고, 벽에 금이 가고, 부엌의 그릇들이 깨어졌습니다. 저희 집도 벽에 금이 가서 문이 잘 안 열리고, 아내가 아끼던 찻잔들이 깨지는 등 여러 가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처럼 물질의 깨어짐은 재정적인 피해를 줍니다. 그런데 관계의 깨어짐은 우리에게 더 큰 충격과 아픔, 좌절, 원망, 상처를 가져다줍니다. 그러므로 깨어짐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깨어짐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필수인 경우도 많습니다. 깨어짐은 새 생명 탄생에 필수입니다.

계란 껍데기가 깨어져야 병아리가 태어납니다. 한 알의 씨앗이 땅속으로 들어가 깨어질 때 열매를 맺습니다. 어머니의 양수가 터져야 생명이 탄생합니다. 깨어짐은 새로운 창조의 필수입니다. 오래된 집은 먼저 부서져야 재건축할 수 있습니다. 광산에서 캐낸 금광석은 먼저 잘게 부서져야 순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꽃잎이나 풀잎이 처절하게 부서져야 아름다운 향수로 빚어집니다.

깨어짐은 신앙생활에 필수입니다. 자아가 깨어질 때, 더 이상 나의 힘으로 살지 않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삽니다. 자아가 깨어져야 예수의 향기를 발합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내 마음에 합한 자’라고 인정받았던 다윗왕의 삶에도 깨어짐이 있었습니다. 장인 사울 왕에게 쫓기다가 적지인 블레셋 땅으로 피신했던 다윗은 그곳에서 스파이로 취급될까 두려워 미친 척을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왕이 되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꿈이 깨졌습니다. 그의 자아가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는 아픔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깨어짐을 통하여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았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에게 부족함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하나님께 피하는 자가 복됨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의 건져 주심을 경험한 그는 입술로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다윗에게 깨어짐은 회복의 시작이었고 축복이었습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도 부서지고 깨어지셨습니다. 땅에 떨어져 깨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시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가 우리를 대신해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얻었습니다. 그가 죽으심으로 우리가 영생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얻었습니다.

우리도 부서지고 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능력, 실력, 경험을 가지고 자기 뜻대로 살다가 실패하면 낙심하고 죄절 합니다. 하지만 그때, 우리의 자아가 깨어집니다. 하나님을 거부했던 인생이 하나님을 찾습니다. 사랑의 하나님을 만납니다. 깨어짐은 우리가 하나님께 쓰임 받기 위해 필수입니다. 마치 향유가 들었던 옥합이 깨져야만 그 안에 있는 향유를 사용할 수 있듯이 자아가 깨져야 쓰임을 받습니다.

작가이자 목회자인 A. W. 토저가 “하나님께서는 깊이 상처를 입은 사람이 아니면 사람을 사용하지 않으신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깨어짐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드러냅니다. 질그릇 같은 우리 인생의 깨진 틈으로 우리 안에 내주 하시는 빛 되신 예수님의 찬란한 빛이 밖으로 비치게 됩니다. 우리가 십자가의 사랑과 은혜를 드러내는 작은 예수로 쓰임을 받습니다.

누구도 깨어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깨어짐은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데 필수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데 필수입니다. 작은 예수로 살아가는데 필수입니다. 세상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영적인 인플루언서로 살아가는데 필수입니다. 가정과 일터 그리고 교회에서 영적 지경을 넓히는데 필수입니다. 그러므로 깨어짐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입니다.

05.0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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