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헌드레드와 메멘토 모리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한국인들이 과거에는 60세가 되면 장수를 축하하여 크게 환갑잔치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한 지금은 100세를 바라보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갑니다. 우리는 ‘호모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 즉 100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래 학자들은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100세 시대를 사는 것이 축복일 것입니다. 성경도 장수가 축복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죄로 물든 이 세상에서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정말 축복일까?”라는 생각을 종종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저의 아버지가 경영하시던 약국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본인의 건강관리에는 소홀하셨던 아버지는 여러 해 동안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85세에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또한 87세 되신 어머니, 그리고 거의 90세를 바라보시는 장인어른도 요즘 극도로 허약해지셔서 많이 고생을 하십니다. 오히려 몇 년 전에 위암수술을 받으신 장모님만 아직도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시고 김치를 담가서 나누어주시고,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시고, 성경을 필사하시면서 열심히 살고 게십니다. 

점점 건강을 잃고 고통 중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의 노화과정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건강을 잃은 장수가 축복일까?”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들이 오래오래 자손들과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긴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부모님들을 살피며 자식 된 도리를 다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사랑하는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외동딸을 가진 아버지의 입장은 연로하신 부모님을 바라보는 아들의 입장과 많이 다릅니다. 아버지인 저는 사랑하는 딸에게 짐이 되면서 장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늙고 병들게 되면 딸에게 폐를 끼치기 전에 빨리 하나님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주 안에서 죽는 것이 축복이고 은혜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것이 사랑하는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마음입니다. 

‘신바람 박사’라고 불렸던 황수관 박사는 ‘9988234’라는 유행어를 남겼습니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3일만 아프고 사망(4)하자”는 의미입니다. 이 말처럼 부모님들이 건강하게 장수하시다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주님의 품에 안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양가 부모님들, 저와 제 아내, 그리고 연로하신 성도님들을 위한 저의 기도입니다. 

성도 여러분, 9988234!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건강을 아직 건강할 때 지킵시다. 건강할 때 예수님을 더욱 사랑합시다. 건강할 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가족들을 더 사랑합니다. 건강할 때 예수 안에서 믿음의 형제자매가 된 성도들을 더 사랑합시다. 건강할 때 예수님을 모르는 이웃을 더 사랑합시다. 

건강할 때 예수님께로 돌아옵시다. 건강할 때 예수님을 모르는 영혼을 살리는 일에 헌신합시다. 건강할 때 주님을 더욱 사랑하고 주님을 위해 더 열심히 삽시다. 건강할 때 주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는 일에 더욱 헌신합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며 사세요. 건강할 때 노후 준비만 아니라 사후준비도 합시다. 건강할 때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서는 날을 생각하며 오늘을 삽시다. 건강할 때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삽시다. 나의 죽음이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주 안에서 맞이하는 죽음이라면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90:10). 

하나님 앞에 설 때까지 9988234!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10.3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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