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나는 누구일까요? 한번 맞추어 보세요.
나는 무면허 운전자입니다. 17세부터 운전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나는 반세기가 넘도록 무면허로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경찰에 걸리지 않습니다. 나는 무사고 무위반 운전자입니다. 하지만 설령 속도위반을 해도 절대 교통위반 티겟도 벌금이나 벌점도 받지 않습니다. 나는 설령 누가 벌점을 준다고 해도 그 벌점을 순식간에 지울 수 있는 능력자입니다.
나는 누구에게나 운전면허증을 내줄 수 있지만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남편, 자녀, 칝척, 다른 사람들)은 내 허락이 없이는 운전을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없던 길이 새로 만들어집니다. 막힌 길이 뻥 뚫립니다. 울퉁불퉁한 길이 평탄한 길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이 사람은 바로 영국을 69년간 최장 통치하고 있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입니다. 그녀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녀가 법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모든 운전면허증은 그녀의 이름으로 발급이 됩니다.
그녀는 직접 운전하지 않습니다. 왕실 운전기사가 그녀의 차를 운전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운전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과거에는 영국 외곽의 시골길을 직접 운전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녀가 원하면 언제든지 운전할 수 있습니다. 혹시 매일 장시간 운전하여 출퇴근 하느라고 심신이 지치신 분들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어디든지, 언제든지 운전을 대신해주는 운전기사가 있는 여왕이 부럽지 않습니까?
매일 전쟁터와 같은 일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일평생 의식주 문제를 걱정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여왕이 부러울 수 있습니다. 권력과 재력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얻고 싶은 사람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이런 것들을 다 가지고 태어난 여왕이 부러울 수 있습니다.
저도 한때 여왕이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젊은 시절 ‘영국 왕실에 차, 황제의 차, 달리는 별장’이라 불리며 호화스럽게 수 제작한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니는 여왕이 부러웠습니다. 학업으로 뭔가 마음이 고단했던 학창시절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다 갈 수 있는 여왕이 부러웠습니다. 늘 급한 마음으로 빨리 운전하다가 교통위반 티켓을 정신없이 받았던 전도사 시절 교통위반 벌금, 벌점에 신경 안 써도 되는 여왕이 부러웠습니다.
나이가 든 요즘도 그녀가 부럽습니다. 이혼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그녀가 최근에 별세한 남편 필립 공과 7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것이 부럽습니다. 부부가 결혼 50주년(금혼) 60주년 (금강혼)을 기념하는 것도 드문 일인데 두 사람이 모두 장수하여 결혼 70주년(플레티넘)을 같이 맞이한 것이 부럽습니다. 그렇다고 여왕의 결혼이 언제나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긴 결혼 생활 동안 남편 필립 공은 공적인 자리에서 항상 여왕의 뒤에서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는 “헌법적으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 나라에서 성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는 유일한 남자다”라며 자신의 애매모호한 역할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적도 있습니다. 반면에 한 남편의 아내만 아니라 온 국민이 여왕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했던 여왕은 때때로 부적절한 농담과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리는 남편에 대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왕과 필립공은 73년 동안 인생의 긴 나그네 길을 끝가지 함께 걸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여왕은 저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저는 저희 부부가 인생 나그네 길을 끝까지 함께 걷기를 소원합니다, 또한 우리 교회의 많은 성도들이 금혼식, 금강혼식, 플래티넘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시길 소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결혼 생활이 세상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를 소원하며 두 손을 모읍니다. 그러기 위해 제가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부터라도 내 아내를 여왕으로 모시리라.” 이 방법이 제가 왕이 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요?
06.05.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