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완화” 아니면 “진압”으로 대응!

세계는 지금 “완화” 아니면 “진압”으로 대응!

지구라는 행성이 셧다운에 들어갔다. 세계 각국이 하나 둘 COVID-19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시민들은 사회를 멀리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경제가 위축되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구제와 대출 보증의 형태로 수조 달러를 지원하려는 중이다. 이런 정책들이 얼마나 잘 작동할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글로벌 감염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셧다운이 여러 차례 반복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대응방식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해를 입힐 거라는 사실이 이제는 분명해지고 있다. 아주 어려운 선택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는 뜻이다(Paying to stop the pandemic: The struggle to save lives and the economy is likely to present agonising choices).

우한에서 첫 번째 사례가 보고된 지 12주 만에 전 세계는 이번 사태가 가져올 인적, 경제적 손실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3월 18일자로 중국 밖 총 155개 나라에서 총 13만4000여 건의 사례가 확인됐다. 단 7일 만에 43개국, 9만 건이 증가한 수치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례도 엄청나게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깜짝 놀란 정부들은 수주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조치들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COVID-19이 발생한 국가로부터의 입국을 아예 금지했다. 타임스퀘어와 같은 번화가는 텅텅 비어가고 대도시의 카페와 술집, 식당, 스포츠 경기장들도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경제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전년 동기대비 3%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던 중국의 1, 2월 산업생산량은 실제로 13.5% 감소했고, 4%선으로 예측됐던 소비 감소세는 20.5%로 드러났다. 고정자산투자는 예상의 6배 수준인 24% 감소했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예측치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현존하는 인류의 기억속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목전에 둔 정부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를 능가하는 규모의 부양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 인류는 감염병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마주하게 됐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연구진은 이번 주, 역학모델을 활용해 정책입안자들이 앞날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 전망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첫 번째 접근법은 완화(mitigation)다. 감염자와 감염 가구를 격리해 그래프의 곡선을 완만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더 폭넓은 조치를 취해 확산을 진압하는 것(suppression)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은 모두 집에 갇혀서 일하고, 학교는 문을 닫도록 하는 것이다. 완화가 그래프의 곡선을 완만하게 한다면, 진압(suppression)은 병의 확산을 멈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그냥 확산되도록 놓아둔다면, 올 여름이 끝날 무렵 미국에서는 220만 명, 영국에서는 50만 명이 사망한다. 선진국에서 “완화”모델을 택할 경우, 이 수치는 최대 절반 정도 줄어들게 된다. 중증 환자치료에 대한 수요는 영국 평소 역량의 최대 8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모델이 계산에 넣지 않은 추가적인 사망자도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모델을 다른 유럽 국가에 적용한다면, 독일과 같은 의료 선진국조차도 역량을 훨씬 웃도는 과제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그러니 정부들이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려 하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진압”의 경우, 중국의 사례처럼 효과가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3월 18일 기준, 이탈리아에서는 확진자가 4천명도 넘게 나왔지만, 우한에서는 한 건도 더 추가되지 않았다. 인구가 14억에 달하는 중국에서 확인된 건수는 총 8만여 건에 그쳤다. 그냥 두면 영국과 미국의 80%가 감염될 거라는 예상과 비교했을 때 미미한 비율이다.

하지만 “진압”의 문제 역시 여기에 있다. 감염율을 낮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없는 상태로 남게 됨을 의미한다. 

완화-감염자와 감염가구 격리, 진압-더 폭넓은 조치로 확산 

대규모 검사, 사회적 거리두기, 의료 투자 등으로 대처해야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의 모델에 따르면 COVID-19는 이미 전 세계로 널리 퍼졌기 때문에, 제재를 완화하게 되면 수주 안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 바이러스가 돌아올 때마다 진압 작전을 실시하게 되면 한 해의 절반은 봉쇄 상태로 지내게 되는 셈이다. 바이러스가 인구 전체로 퍼지거나, 얼마나 걸릴지 모를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이런 식의 온-오프 사이클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모델이다.모델이란 가장 좋은 근거를 기반으로 추측을 해보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진압”을 택했던 중국이 바이러스 재발 없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역학자들이 대규모 검사를 실시해 나라를 완전히 뒤집어놓지 않고도 새로운 감염사례를 초기에 확인하고 접촉자들을 밝혀내고 이들을 격리시킬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중국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일본산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새로운 약물이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희망에 불과하다. 희망사항은 정책이 될 수 없다. “완화”는 너무 많은 사망자를 내고, “진압”은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이 쓰디쓴 진실이다. 기업과 소비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역량에도 한계가 있다. 평범한 시민들은 격변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반복된 격리와 고립이 인구 전반의 정신건강, 신체건강에 미칠 장기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 트레이드오프가 있지만, 각 방안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 방법은 있다. 중국과 한국,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보듯 대규모 검사가 출발점이다. 누가 병에 걸렸는지를 더 명확하게 밝혀낼 역량을 갖출수록 무차별적인 제재에 의존할 필요가 적어진다. 바이러스 항체에 대한 테스트가 이뤄지면, 면역을 가진 사람들은 확산에 기여할지 모른다는 우려 없이 일상생활을 영유할 수 있게 된다.

2차 전선은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앱을 이용해 완치된 사람을 인증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빅데이터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감염을 추적하고 사람들에게 경보를 보내고 연락처를 수집하고 있다. 영장 없이도 의료정보에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평시라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조치였지만 지금은 평시가 아니다.

끝으로 각국 정부는 의료에 투자해야 한다. 그 결실을 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필요한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집중치료 역량을 늘여야 한다. 영국, 미국 같은 나라에는 병상수와 전문가, 산소호흡기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최상의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고, 백신을 개발하고, 새 치료약을 개발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이런 조치는 “완화”에 따르는 사망율을 낮추고, “진압”이 초래할 비용을 낮추는 길이다.

이런 조치들로 판데믹의 타격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희망에 들떠서는 안 된다. 현재 많은 정부들이 비용을 불사하고 “진압”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빨리 잡히지 않으면 결국 사망자가 더 발생하더라도 “완화”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트레이드오프겠지만 곧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