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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 주신 여리고 성 (여호수아 6:1–21)

지용주 목사 (시라큐스 한인교회)
지용주 목사

(시라큐스 한인교회)

한 지역 선교부에서 선교사를 파송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려고 광고를 냈습니다. "선교사를 지망하는 분은 새벽 4시까지 사무실로 오십시오.” 당일이 되자 많은 선교사 후보생들이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선교부 사무실 문은 잠겨 있었고, 한두 시간이 지나도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그러자 대부분 불평하며 그냥 돌아갔습니다. 사무실 문은 오전 8시가 되어서야 열렸습니다. 그것도 조금 열린 문틈으로 한 사람이 고개를 내밀며 남아있던 몇몇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어디서 살고 있느냐?," "하나 더하기 하나는 얼마냐," "아침에 해는 어디서 뜨느냐,"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냐?" 등의 질문을 던진 후 “오늘 시험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돌아가서 기다리십시오" 하더랍니다. 며칠 후 한 선교사 지망생에게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통지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당신은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당신이 새벽 4시 정각에 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전 8시까지 기다리는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불평없이 묵묵히 기다리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 보았습니다. 선교사는 하나님의 지시에 잘 따라야 하고, 인내해야 하며, 순종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축하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목표를 이룬 과정을 보면, 때때로 까다로운 일들, 신경질 나는 일들, 수긍하지 못 할 일들이 있었지만 모든 과정을 다 극복하고 놀라운 일을 해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순종이 역사를 시작하게 하고, 인내가 그 역사를 이루게 합니다.

여호수아 6장은 “이스라엘 자손들로 인하여 여리고는 굳게 닫혔고 출입하는 자가 없도다”라고 시작합니다. 드디어 이스라엘 사람들은 가나안 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기적적으로 요단강을 건넜으나 여리고 성 때문에 그 땅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여리고 성은 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강력한 요새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 성은 40년 전 가나안을 정탐했던 정탐꾼들이 “그 백성은 우리보다 장대하며 그 성문은 크고 성곽은 하늘에 닿았으며” (신 1:28)라고 놀라서 말했던 바로 그 성이었습니다. 그들의 눈에 그 성은 난공불략으로 보였으며, 함락하기에는 너무나 견고했습니다. 그러나 그 성이 무기 하나 없는 백성들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어떤 힘과 능력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했던 사람들에 의해 정복 당했습니다. 백성들이 했던 유일한 일은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주신 명령에 따라 믿음으로 엿새 동안 매일 여리고 성을 한바퀴씩 도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칠일에는 일곱번을 돌았습니다. 매일 침묵으로 성을 돌았고, 마지막 일곱째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그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자 그 성이 그들 앞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스라엘이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상식적인 방법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여리고 성은 하나님 말씀대로 무너졌고, 이스라엘은 그 성을 취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 전해주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1. 침묵하라

 

10절을 보면 "…너희는 외치지 말며 너희 음성을 들레지 말며 너희 입에서 아무 말도 내지 말라… "고 했습니다. 여리고 작전은 눈은 법궤에 고정시키고, 귀는 나팔소리를 향해 열어 두고, 입은 침묵하는 작전이었습니다. 왜 침묵하라고 하셨을까요? 그것은 나팔소리를 통해 선포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유롭게 말하며 성을 돌았다면 대부분이 나팔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성을 돌면서 '이런 전쟁이 어디 있지? 우리가 산책하러 온건가? 백번 성을 돈다고 이 성이 무너지겠어?’ 등등 온갖 부정적인 말을 했을 것입니다. 부정적인 우리의 목소리가 커지면 우리는 하나님의 정확한 명령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내 목소리를 줄여야 명확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할 때 잡음이 없도록 침묵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원망도, 불평도 안됩니다. 하나님의 나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하나님의 법궤만 바라보며 '앞으로' 진군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침묵하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침묵하면서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는 이 침묵을 잃어버렸습니다. 

경건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A. W. 토저는 "그리스도인의 경건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침묵의 훈련이다. 침묵을 배우지 않고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했습니다. 내가 시끄러우면 하나님께서는 침묵하십니다. 내가 침묵할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든 일을 만날수록 떠들지 말고 조용히 침묵하며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만났을 때 하나님께서는 "너희는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고 하셨습니다(출 14:13). 지금 도저히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있습니까? 조용히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 음성 속에 우리의 살 길이 있습니다. 절망을 헤치고 일어설 수 있는 새 힘은 오직 하나님께로 부터 나옵니다. 따라서 아무 말이나 하지 말고 조용히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2. 믿음으로 순종하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한 일이라고는 여리고 성벽을 침묵하며 도는 일 밖에는 없었습니다. 유치하고 우스운 일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준행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슨 방법을 지정해 주시든지 우리가 그대로 할 것을 원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눈에 좋아 보이지 않아도, 우리 생각에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아도 순종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길은 우리의 길과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의 교만을 꺾으십니다. 여리고 성을 정복할 때 하나님께서 어떤 작전이나 무기 대신 단지 성 주위를 돌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도록 요구하신 것은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순종이 어떤 무기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가나안 정복 과정에서 일어날 모든 전투는 칼, 창, 화살이 아닌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순종으로 싸워야 함을 깨닫게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온전히 하나님을 믿고 의지할 때, 세상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시 20:7). 여호수아가 하나님을 의지하여 싸웠을 때, 태양도 멈추게 하였고(수 10:12-13), 다윗은 믿음으로써 골리앗을 돌멩이 하나로 쓰러뜨렸습니다(삼상 17:40-51). 히스기야는 믿음으로 당시 최고 강대국 앗수르를 물리쳤습니다(왕하 19:14-37). 이처럼 인간의 어떤 힘도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능력보다 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많은 군대로 구원을 얻은 왕이 없으며 용사가 힘이 커도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도다 여호와는 그 경외하는 자 곧 그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를 살피사 저희 영혼을 사망에서 건지시며 저희를 기근시에 살게 하시는도다 우리 영혼이 여호와를 바람이여 저는 우리의 도움과 방패시로다”(시 33:16-20)라고 말합니다.

순종은 축복을 받게 합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 너희는 내 목소리를 들으라 그리하면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겠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 너희는 나의 명한 모든 길로 행하라 그리하면 복을 받으리라"라고 했습니다(렘 7:23). 하나님의 축복을 받으려면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그분 말씀에 순종하고, 그 뜻을 결코 저버려서는 안됩니다. 또한 순종은 기적을 일으킵니다. 요한복음 2장을 보면 가나의 한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돌 항아리에 물을 갖다 부으라고 하셨고, 하인들이 물을 아구에 찰 때까지 갖다 부었더니 이제는 연회장에 갖다 주라고 하셨습니다. 하인들이 연회장에 갖다 주니 물이 변해서 포도주가 되었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는데 물을 갖다 부으라니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그러나 하인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물을 갖다 부었고, 연회장에 갖다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하나님께서는 순종을 통해 역사하십니다.

종교 개혁자 칼빈은 “믿음이란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고 무조건 따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독일의 유명한 신학자 본회퍼는 “신앙은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믿음도 신앙도 다 순종입니다. 하나님께 순종할 때 우리의 믿음도, 헌신도, 충성도 완성됩니다. 주께서 ‘하라'고 하시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시면 하지 않으며, 하나님 뜻대로 살 때 하나님께서 역사해 주십니다. 

 

3. 주님의 때에 이를 때까지 인내하라

 

여리고 성은 이스라엘이 성벽 주위를 돌던 첫째날 무너진 것이 아닙니다. 일곱째날까지 13번을 모두 돌았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들의 믿음과 순종뿐 아니라 그들의 인내를 시험하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불합리해 보이는 방법을 사용해서 그들이 정말 주님의 약속을 믿는지를 확인하셨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가나안 정복이 그들의 손이 아니라 주님의 손에 달려 있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온전히 하나님을 의뢰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때로 하나님께서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아 기다리라”(시 37:7)고 하십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실패합니다. 여리고를 한 두번 돌았는데 무너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쉽게 좌절합니다. 아브라함도 이 점에서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사라가 아들을 잉태하지 못하자 하갈을 통해 아들을 얻기로 결정했습니다. 모세도 이에 실패하여 살인자가 되어 도망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내는 기다림입니다. 믿음에는 인내가 따르게 됩니다. 서양 속담에 ‘기다린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인내를 지닌 사람은 그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때때로 용기있는 사람도 실패하는데, 이는 그가 인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인내함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리고성 함락 기사는 주님 뜻대로만 따르면 어떤 장애도 극복할 수 있다는 성경의 가장 대표적 예로 꼽힙니다. 어떤 위험이 닥쳐도 끝까지 인내하며 주께 순종할 때 철옹성 같은 장애, 문제, 어려움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기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더 중요한 핵심이 있습니다. 이 사건을 단순하게만 이해한다면 이스라엘이 여리고 전투에서 이긴 것은 오직 백성들이 아무 불평 없이 침묵의 행진을 7일간 행하며 믿음으로 순종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게 됩니다. 마치 그러한 순종이 없었다면 하나님의 역사가 불가능했거나, 그 순종의 행위 때문에 하나님께서 보상으로 승리를 주신 것처럼 간주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공로를 너무 크게 부각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약속이 없는 곳에서 우리가 아무리 침묵하고 믿음으로 순종을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없는데도 우리가 믿고 순종한다고 나아가는 것은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여리고성은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 성을 주셨느니라” (여호수아 6:16)는 하나님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순종과 믿음의 열매를 맛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즉, 우리가 다시 한번 알아야 할 사실은 모든 승리는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이고 하나님의 주권적인 능력으로 쟁취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리고 승리의 진짜 주역은 여호와 하나님 한분이십니다. 여호수아나, 제사장,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닙니다. 우리의 순종이나 믿음이 여리고 성의 기적을 일으킨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아모리 족속의 여리고 성을 하나님의 때 ("아모리 족속의 죄악이 관영한 때" - 창세기 15:16)에 이루실 것을 이미 400년 전에 약속하셨습니다. 때가 되어 하나님께서는 그 약속을 성취하신 것이 여리고성의 기적을 이룬 것이며, 다만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그 일을 이루어갔던 이들이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순종이나 믿음이 없이도 하나님께서 이미 작정하신 역사는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그 어떤 것으로도 우리는 교만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분이 하시는 말씀에 순종함으로 그 자리를 지킬 때, 우리는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며, 하나님께서 직접 이루신 승리의 상급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도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여리고성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마십시오. 문제는 여리고 성이 아니라 우리가 신앙이 없다는 것, 인내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여리고 성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신실하신 하나님의 약속과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믿음과 순종함으로 나아가십시오. 하나님의 약속이 있다면 그분이 이루십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면 우리를 가로막는 여리고 성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축복의 땅을 반드시 차지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약속을 따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을 보시고,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셨던 것처럼, 우리가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순종으로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시고 우리에게 승리를 주실 것입니다.

workman4yeshua@gmail.com

06.0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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