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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랑, 모란 사랑’

송찬우 목사 (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

18년 전쯤 일입니다. 6월에 아들이 결혼을 했습니다. 며느리가 될 아이가 저를 찾아와 "아버님이 결혼주례를 해주시면 좋겠어요."라는 부탁에 감동이 되어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아들 결혼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주례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결혼하던 날, 결혼예식장이 많고 많은 꽃들 중에서 그 비싼 핑크빛 모란으로 가득히 꾸며져 있었습니다. 이유를 묻는 제게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아빠, 아빠 며느리가 될 예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야."

그래서 제가 그 때 알았습니다. "아, 나의 며느리가 될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화중의 왕이라고 하는 모란이로구나."

 

그래서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조금도 늦추거나 주저하지 않고 모란 한 그루를 사다가 장원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아들 며느리가 보고 싶을 때면, 모란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고는 했습니다. 

모란은 그런 저의 마음을 아는지 아주 잘 자라서 몇 차례에 걸쳐 나누어 다섯 곳에 심겨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6월에는 모란으로 정원이 아주 가득히 차 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아 며느리에게 이런 글과 함께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며느리가 좋아한다는 모란, peony가 꽃을 활짝 피우려고 내가 가꾸고 있는 나의 정원에 이렇게 머리를 내밀고 있구나. 너의 결혼식장을 가득히 채웠던 모란을 보며 ‘며느리가 모란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며 나의 정원에 모란 한그루를 사다 심었는데 그 모란이 이제  다섯 그루가 되었단다. 그렇게 내 정원에 심겨져서 자라고 피는 모란을 볼 때마다 며느리를 생각하고, 며느리가 보고 싶을 때마다 모란을 쳐다보기도 하고, 찾아가 매만져 보기도 한단다. 이렇게 봉오리가 커가고 있으니 머지않아 활짝 피겠지. 아주 예쁘게... "

 

이렇게 글을 써가고 있는 제게 하나님은 이렇게 다가 오셨습니다.

"내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도다 그가 백합화 가운데에서 양 떼를 먹이는구나. 내 사랑하는 자야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돌아와서 베데르산의 노루와 어린 사슴 같을지라(아 2:16, 17)."

06.2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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