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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류응렬 목사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서늘한 바람이 가을을 알리며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가을은 분주하게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삶을 깊이 들여다 보게 합니다. 파릇한 봄날을 지나 타오른 여름날을 가슴에 담고 이제는 고요히 내리는 석양을 거울삼아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자연은 여전히 찬란한 빛으로 계절마다 새로운 목소리로 우리 마음을 노크합니다. 그 자연의 소리는 잠잠히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게는 한 줄의 금언처럼 마음에 새겨집니다. 

 

이번 가을에는 가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나는 진실하게 사랑하고 있는가? 내 마음에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채워져 있는가? 주님의 사랑이 자신을 지배하면 모든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오직 사랑이란 이름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는 주님의 마음을 깨닫게 되면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 아무도 없고 사랑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 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베풀어 놓으신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가을날 들판을 나지막하게 물들이는 이름 모를 들꽃, 따스한 햇살을 날개에 싣고 가볍게 날아다니는 잠자리, 가을밤 처량하게 울음 우는 무수한 벌레, 모든 것이 소박한 삶이 주는 행복을 일깨워 줍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보고 듣는 세상은 모든 것이 경이롭습니다. 

 

가을에 또 하나 묻고 싶은 질문은 겸손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입니다. 곡식은 여물어 갈수록, 과실은 단맛을 담을수록 겸허히 머리를 숙입니다. 붉게 물드는 석양이 다가올 밤을 알려주듯 가을은 언젠가 삶에 밤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창조주 앞에서 그리고 위대한 자연 앞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겸손을 배우게 됩니다. 진정한 인간다움의 삶은 겸손을 깨달을 때 시작됩니다. 겸손은 소극적 자세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삶과 자연의 위대함 앞에 자신의 연약함을 알기에 치열한 자세로 삶을 대면하게 합니다. 이 가을에 정직하게 물어보아야 할 질문입니다. 나는 오늘 하루 치열하게 삶을 대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영광과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내 전부를 던져 치열하게 살아낼 때, 그때 우리 삶은 가장 의미있고 영화롭게 될 것입니다.

 

가을에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내 진정 삶의 깊음과 맑음을 추구하고 있는가? 깊은 대양은 모든 생물을 포용하고 맑은 호수는 거대한 산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주님의 마음을 깨닫는 삶은 깊은 영혼에 임하고 주님을 닮아가는 삶은 맑은 영혼에게 임합니다. 주님의 마음을 담은 따스한 손길이 전해질 때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난 가슴을 보듬는 아름다운 삶이 펼쳐집니다. 이 찬란한 가을날, 주님 우리 마음을 사랑과 겸손으로 성실과 깊고 맑음으로 채워 주소서. 그리하여 당신으로 물들게 하시고 당신을 살아내게 하소서.

preachchrist@kcpc.org

10.1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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