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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즐거운 여름방학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매일매일 폭염이니 노약자와 어린이들은 조심하라는 뉴스와 일기예보가 계속 뉴스에 나온다. 내리쬐는 여름햇빛과 바람 한점  없는 찌는 듯한 날씨에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낯선 6월 한국 날씨는 오랜만에 모국에 온 아줌마를 당황시킨다. 다행히 나와 함께 먼저 온 아들이 피곤하고 힘들텐데 오자마자 분주한 엄마를 열심히 잘 쫓아다니며 잘 적응해 주어 고맙다.

휴~~ 그래도 정말 덥기는 덥다.

가족들과 반가운 재회를 하고 작년 미국에서 뵙고 일년 사이 더 연로하신 친정어머님을 뵈니 마음이 찌르르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건강해 보이시는 모습에 안심하며 감사하다.

한국 오면 뭐 먹고 싶었어? 뭐 맛있는 거 먹을까? 하며 매일 묻지만, 근사한 식당이나 유명 맛집보다 작은언니가 준비해 주는 텃밭에서 기른 다양하고 싱싱한 여름 쌈 야채를 한쌈 두쌈 입 안 가득 넣어 엄마가 갓 담근 아삭아삭 여린 열무김치를 가족들과 웃으며 먹는 저녁식사가 가장 맛있고 행복하다.

감사하게 두 남매 모두 한국어를 매우 잘해서 미국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 한국가족들과 페이스타임을 하며 재잘재잘 말을 잘하여 기특했는데 정말 실전 생활 한국어를 하게 된 열한 살 아들이 전혀 무리 없이 척척 적응하여 생활하고, 아빠와 누나가 오기 전 한 달 동안 검도장까지 다니게 되어 한국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 대견하다. 자신이 한국어를 어색함 없이 잘해서 검도장, 편의점이나 도서관에서 한참 얘기하다가 “그런데 너는 왜 학교에 안갔니?” 하고 물어보면 “저 미국에서 왔는데요.” 대답하면 모두 깜짝 놀란다고 하며 즐거워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눈치다.

20살 새내기에 만나 믿음 안에 서로에게 가장 큰 기도의 동지이자 청춘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함께 울며 웃으며 보낸 대학동기 친구들은 오기 전부터 아무리 바빠도 이번 한국방문에는 두번 이상의 모임을 가져야 한다며 나를 환영해 주고, 만남에 기대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각자의 자리에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을 키우며 분주한 시간을 보낸 우리는 이제 첫 아이는 대학에 보내 한숨 돌리며, 둘째 셋째 자녀들도 중고생이 되어 예전보다 부담 없이 만남의 시간을 충분하게 가질 수 있었다. 한결같은 친구들의 넉넉한 마음과 사랑에 1995년 한참 어울려 다니던 시절로 돌아 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년엔 30주년 기념으로 미국과 유럽여행을 함께 하자는 신나는 여행계획도 세우고, 중년이 되어 가정과 교회, 사회에서의 책임감있는 믿는 자의 삶의 무게에 관해 이야기했다. 특별히 목회하는 친구들은 한국교회의 현실과 침체, 그리고 언론에서 부각되는 교회의 부정적인 뉴스들이 젊은이들을 점점 교회에 회의를 갖게하고 떠나게 한다고 걱정했다. 생활에서 오는 현실적인 경제문제도 신앙생활을 하기에 어려움을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들의 신앙교육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우리의 믿음을 무조건 강요 할 수는 없지만, 자녀들이 우리처럼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 그 은혜로 믿음의 삶을 살기를 모두 소망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서울은 내가 마지막 방문한 6년 사이 정말 ‘상전벽해’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라는 뜻인 이 고사성어가 내 입에서 서울을 보고 이렇게 터져 나올 줄은 몰랐다. 내 고향 서울은 너무너무 달라졌다. 강남과 강북, 강동과 강서가 이제 어느 곳 하나 서운하거나 모자람 없이 골고루 멋있게 발전하고 편리하며 화려해졌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동안 서울은 더 빠르게 그 모습을 바꾸었다. 무더위를 피하라고 보행자들을 위한 커다란 파라솔이 건널목마다 세워져 한숨 돌리는 그늘이 되어주는 광경은 그 아래 없어도 시원해진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만나는 여러나라의 관광객들의 모습에 글로벌 한류를 실감한다. 지하철에서 대화를 나누게 된 아일랜드 청년은 혼자 여행을 왔다며 전주로 향하는 길이라고 한다. 나도 미국에서 모국에 방문 중이라 하자, 관광하며 느낀 우리나라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해 준다. 고맙고 기쁘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이 푸르고 푸르다. 소나기가 씻고 간 들판은 싱싱한 향기가 가득하다. 6년 만에 즐기는 나의 신나는 여름방학. 소중하고 감사하다. 맞아! 나 지금 한국이지….

songjoungim@gmail.com

07.1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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