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Pumpkin Spice Latte back at Starbucks?
The Pumpkin Spice Latte and the Pumpkin Spice Frappuccino will be back in Starbucks stores for a limited time from September 2nd.
남편이 켄터키 애즈베리신학교에서 박사공부를 시작한 2007년 여름이 벌써 14년 전이다. 한국방문 중 큰 딸의 돌잔치를 가족들과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미국에 돌아온 여름에 시카고에서 켄터키로 이사했다.
켄터키라는 지명조차 유명한 치킨 프랜차이즈 상호로 밖에 모르던 나에게 애즈베리신학교의 환경은 너무 낯설고 힘들었다. 양옆 푸른 목장 길 1차선 도로를 운전해서 30분여를 꼬불꼬불 들어가야 나타나는 한적한 산속 작은 마을 윌모어에 위치한 학교는 흡사 수도원 같았다. 정말 공부 외에는 다른 것은 할 것도 없고, 할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돌이 갓 지난 딸과 우리부부는 학교 내 가족 기숙사에 살면서 다른 한인유학생 목회자 가정들과 함께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지냈다. 동양인도 너무 없고 이해도 부족한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다. 결혼 전에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데, 아이를 낳으니 자연스럽게 아이 친구 엄마들과 각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가 되었다.
특별히 기숙사 아래층에 사는 같은 감리교단 목사님 사모님과 각자 딸 한명에 나이가 같고, 또 관심사와 비슷한 공통점이 많아 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사모님은 나보다 다섯 살 어리셨지만 먼저 이곳에 생활하고 계셨고 밝고 친절한 성격과 새로운 육아정보를 많이 알고 계셔서 나에게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스토리타임도 같이 다니고, 혼자라면 엄두도 못 냈을 50분씩 걸리는 렉싱턴 다운타운 아이들 짐보리 클래스도 번갈아 카풀로 함께 다니며, 무료한 일상에 열심히 하루하루 채우며 엄마들도 아이들도 재밌게 지냈다. 고만고만한 유학생 형편에 크게 넉넉하지 못했던 우리는 차에 아이들 간식과 우리가 마실 음료수도 집에서 갖고 다녔다.
어느 날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월마트 앞에 스타벅스가 새로 건물을 짓고 있었고, 우리는 지나다니며 공사하는 것을 보고 오픈하면 꼭 가서 커피를 사먹자고 했다. 유학 오기 전에 한국에서 편하고 흔하게 마시던 브랜드커피가 유학생활에서는 큰 사치로 느껴지고 이제 가까운 곳에 지점도 없다보니 마실 기회도 줄었었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 나뭇잎의 색들이 한참 예쁘게 느껴지던 어느 날 드디어 오픈한 그곳에 갔다. 아메리카노, 모카, 라떼, 프라푸치노 등만 알던 우리에게 가을과 겨울 스페셜 시즈널 메뉴인 '펌킨 스파이스 라떼' 라는 새로운 메뉴가 보였다.
우리는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며 같이 주문했고, 바리스타는 '베스트 초이스' 라고 하더니 능숙하게 단호박 냄새가 나는 달콤하고 구수한 하얀 우유 거품을 올린 커피에 시나몬 가루로 톡톡 마무리하여 건네주었다. 뜨거운 커피를 조심스레 입에 대니 가을(!)을 듬뿍 담아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이 감사했다. 마음을 나누는 좋은 사람, 가을 나무향이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 알록달록 예쁜 나뭇잎, 깊은 펌킨과 시나몬 향의 달콤한 커피....
그 순간 낯선 곳에서의 외로운 유학생활도 육아의 힘듦도 한국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도 다 사라지게 만드는 따뜻한 위로의 한 모금의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그 후 가끔 타운에 다녀올 때 마다 서로가 "오늘 커피는 제가 살게요" 하며 함께 커피를 마시며 가을과 겨울을 보냈다.
이제 그때 함께 유학생활을 했던 목사님 가정들은 학업이 끝난 후 한국에 돌아가시기도 하고, 우리처럼 미국에서 한인교회, 미국교회 사역을 하고 계신다. 어느덧 시간이 꽤 흘러 연락이 끊어진 가정도 많지만 함께 커피타임을 나눈 사모님은 버지니아와 신시내티로 떨어져 지낼 뿐 지금도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로 기도의 동역자로 계속 연락하며 교제하고 있다.
유난히 덥고 습한 여름이 지나갔다. 마지막 비가 온 후에 거짓말처럼 계절은 가을이 되었다. 혹시 태풍에 서로 비피해가 없는 지 안부전화를 나누고 피해가 없음에 감사하다며 통화를 마무리 하는데. 수화기 넘어 밝고 유쾌한 목소리로 "사모님! 이제 펌킨 스파이스 라떼 나오기 시작했어요, 빨리 같이 마시러 가요!" 하신다. 나도 “좋아요! 빨리 주차장으로 내려오세요“ 하며 함께 웃고 전화를 끊는다.
구수하고 쌉싸름한 커피에 그리움까지 담는다. 아들 픽업하기 전에 오랜만에 한잔 마셔야겠다. "Can I order one tall pumpkin spice latte?"
songjoungim@gmail.com
09.1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