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루이스와 문학적 성경읽기 (2)

C.S. 루이스와 문학적 성경읽기 (2)

C.S. 루이스는 자신이 지금 누리는 유명세나 영향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C.S. 루이스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의 책들이 매년 어마어마하게 팔리고 있고, 41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닉슨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이었던 챨스 콜슨등 수많은 명사가 그의 책을 읽고 회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탁월한 문학 전도자였다.

C.S. 루이스 생애 마지막 기간에 루이스의 비서 역할을 담당했던 월트 후프(Walter Hooper)는 흥미로운 일화를 들려준다. 루이스는 후퍼와 대화하는 가운데 자신의 사후 5년이 안 되어서 그는 곧 잊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퍼는 루이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반론을 제시하였단다. 후퍼의 반론은 루이스의 책은 잊혀지지 않을 것인데 이유는 좋은 책이고, 동시에 대중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후퍼는 이 논쟁이 자신이 루이스와 벌인 논쟁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이 이긴 논쟁이라고 했다.

루이스는 자신이 살아있을 때는 물론 이고 C.S. 루이스 사후에도 당분간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C.S. 루이스: 별난 천재, 마지못해 나선 예언자>라는 책을 써서 루이스의 삶과 신앙 여정을 소개한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는 현존하는 최고의 복음주의 신학자이다. 그는 C.S. 루이스와 유사점이 있다. 둘 다 벨파스트에서 태어났고, 둘 다 무신론자였다가 옥스포드 대학에서 기독교를 발견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자신의 저서<C.S. 루이스의 지적 세계>에서 루이스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옥스퍼드에서 신학박사 과정을 공부할 때에 루이스는 당시 영국 신학계에서 구식이며 신학적으로 유치한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었단다. 그래서 맥그래스 자신도 신학계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루이스에게 특별한 관심을 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맥그래스는 후일에 C.S. 루이스 작품들을 읽으며 루이스가 제시하는 기독교 진리와 그의 접근법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특히 루이스가 가진 지적이고 논리적인 화법에 매료되어 C.S. 루이스를 세밀하게 살피게 되었다. 이것은 맥그래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루이스의 작품 시리즈를 연달아 출판하지만, 과거 복음주의 신학계는 한동안 루이스를 무시했다. 아니 루이스를 몰랐다. 자유주의와 근본주의가 치열하게 투쟁했던 시기에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C.S. 루이스 자신이 신학계를 따돌린 것이다.

루이스가 뒤늦게 관심을 받고 각광을 받는 이유도 루이스가 보수주의 신학 진영에도 자유주의신학 진영에도 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보수복음주의도 아니고 자유주의도 아니다. 루이스가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그의 독특한 성경관(聖經觀) 때문이다. 루이스는 성경의 기사와 이적을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로 믿는 점에서 보수주의 신학과 같은 기준을 갖는다. 아울러 루이스는 성경이 인간의 문학작품으로 인간의 약함으로 인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 신학과 입장이 같다.

루이스는 성경을 영감 된 문학으로 보았다. 이것은 “들어 올림(Working up) 혹은 승화(Sublimation)”를 의미한다. 루이스는 인간의 작품인 문학을 하나님께서 사용하심으로 “성경은 하나님 말씀을 전달한다(The Bible carries the word of God).”라고 말한다. 아울러 루이스의 성경관은 올림과 상반되는 하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은 성육신이 인간의 속성을 신적 계시의 수단으로 격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하나님이 신적 영광을 버리는 낮아짐이기도 한 것처럼 성경 계시와 이와 흡사한 낮아짐이 있다는 것이다. 하늘의 신비한 진리를 이 땅의 언어로 전위(Transposition)가 이루어진다.

루이스는 신학자나 성도가 성경을 오독(誤讀)하는 이유가 신학적 전제 때문이라고 한다. 이점에서는 보수복음주의자들이나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같다. 자유주의자들은 성경이 역사성이 없는 신화들의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읽고 보수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은 인간미가 없는 하나님 말씀이라는 전제에 사로잡혀서 성경 고유의 멋과 맛을 느끼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그들은 성경 본문을 신중하게 읽지 않아서 성경 본문 자체가 주는 메시지를 받지 못한다고 탄식한다.

루이스의 성경관에 중요한 사항은 영감 된 문학인 성경을 영감 된 독자가 읽어야 그 진리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루이스는 성경의 초월적 메시지를 깨닫기 위해서 “영감 된 독자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경 영감론을 다룰 때 성경의 저술과 편집 과정의 영감에 초점을 맞추지만, 루이스는 한 걸음 더 나가 독자 차원의 영감 즉 영감 가득한 반응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루이스는 ‘성경 자체는 하나님 말씀을 전달하지만, 아무에게나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는 ‘성경은 올바른 태도로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만 하나님 말씀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성경의 어조나 분위기에 젖어 들어 그 전체 메시지를 배우는 사람에게 성경은 하나님 말씀을 전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영감 있게 성경을 읽은 것은 성경에서 하나님 말씀을 기대하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성경을 읽고 전인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평생 글을 쓰고, 글을 읽고, 글을 비평해온 문학 평론가 루이스는 당연히 성경을 객관적인 문학 자료로 대했다. 문학 비평 전문가인 루이스는 동시대 작가의 문학 비평도 어렵고 논리적 비약과 허점투성이인데 너무나 무모하게 성경을 비평하는 성경비평가들이 안타까웠다. 특히 신학적 전제에 사로잡힌 신학자들의 비평은 문학적 둔감함과 무지함이 가득한 비평이었다.

신학자들의 이런 비평에 학습된 목회자와 성도들의 성경 읽기도 루이스는 못마땅했다. 루이스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영감 된 문학으로 이해하고 문학으로 읽되 영감 된 독자의 태도로 읽으라고 권한다. 성경을 문학으로 대하는 것이 불신자들의 마음에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은 영감 된 문학이므로 영감 된 독자가 되어 읽어야 그 진리를 알 수 있다.

Kangtg1207@gmail.com

08.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