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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야 속으로(Into the Wilderness again)

박동서 목사

2020년이 저물어가면서 백신 개발에 대한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적어도 2-3 제약회사에서 효과 90% 이상의 백신 임상실험에 성공하여서 연내에 1차 공급을 시작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온이 떨어지고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앞둔 지금, 일년 가까운 칩거생활 및 활동에 제약을 받아 온 시민들은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다다른 듯 여행과 가족 친지 모임이 잦아지고 음식점 및 유흥업소, 관광 및 외부 활동이 급속도로 늘면서 주요도시와 주들을 비롯해 미국 전체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와 입원자, 사망자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급증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달라스 북부지역의 종합병원들도 중환자실과 코비드 지정 병실층이 만실이 되어가고 있고, 전담 의사나 간호사들은 격무에 지쳐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필자도 낮에는 정신과 병동에서 그룹치료 혹은 개인별 방문 상담을 하고 밤에는 ER응급환자와 중환자실 위독환자 콜이 있으면 20분 내에 도착해서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뒤늦게 도착한 가족들을 안내하고 위로합니다. 때로는 담담의사와의 면담을 주선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사망 시엔 가족들을 채플로 안내해서 마지막 환송 예배를 드려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러한 모든 정상적인 절차마저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짐작하다시피 코비드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응급 상태라도 환자가족은 가장 가까운 한 사람만 방문이 허용되며, 그나마 유리 창문 너머로 마지막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례식도 친족 외에는 참석이 안되고 조관예배(viewing)도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화장을 하게 됩니다.저희 병원도 검진을 받으려는 환자들과 입원환자들이 많아서 채플마저 환자 스크리닝실로 사용하기 시작했을 정도입니다.

어제는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두 분이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미국은 병원에서 재향군인 신분인 환자가 사망할 경우, Final Salute라고해서 병원의 Security Officer들이 미국국기를 갖고 와서 병실에서부터 시신을 덮고 장의사 차가 기다리는 현관까지 모든 직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영정사진을 든 가족과 시신을 따라 행진이 지나갈 때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들을 배웅합니다. 제대한지도 오래되고 친 가족조차도 함께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망인과 일부 자손들은 마지막 기도와 경건한 행진을 통해 국가와 사회가 그들의 노고와 업적을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한국의 전몰용사들도, 그 유가족들도 얼마나 자랑스럽고 명예스러운 일생이었는지를 알려드리고 존대해 드리는 조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봅니다.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전쟁영웅도 파묘한다는 사람들, 북한의 도발에 의해 침몰된 천안함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도 무시되어지는 나라를 멀리서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모든 생명들은 소중하고 존귀합니다. 그들은 보호받고 치료받고 국가와 사회의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조차 없는 무연고자라 할지라도 해당 시와 카운티, 주정부가 철저하게 책임을 지고 장례까지 치러주는 그런 나라가 진짜 선진국입니다. K-방역이나 자랑하면서 정치인들이 생색이나 내는 나라가 아니라 노약자와 환자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국민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보는 나라를 소원하며 오늘도 잠시 기도해 봅니다.

이번 칼럼을 끝으로 저는 당분간 휴식의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소명을 주님 앞에 가는 날까지 신실하게 감당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부족한 종의 졸필을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tdspark@gmail.com 

12/0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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