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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사 파업사태

박동서 목사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위 최전선 근무자(Frontline Workers) 중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은 응급실 및 중환자실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중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임이 분명합니다.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자신들이 감염되어 치료 중 사망했거나 회복이 되었어도 다시 근무가 불가능할 정도의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이들도 있고 감염은 되지 않았어도 중증 감염 환자들을 음압병실이나 격리병동에서 특수 보호복(Personal Protective Equipment)을 착용하고 매일같이 환자들을 돌보느라 거의 탈진상태에 이른 의사와 간호사들도 있습니다.

필자도 병원에서 환자들을 방문할 때는 하루 종일 마스크와 안면보호대(Face Shield)를 착용하다보면 안경에는 김이 서리고 숨이 답답해서 한 시간 정도마다 밖에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곤 합니다. 환자 외에도 환자가 격리되어 있어서 방문조차 허락되지 않는 가족들을 돌보는 일로 피로도는 점점 상승하고 있습니다. 채플린은 환자뿐 아니라 환자의 가족, 그리고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정서적 심리적 영적 돌봄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민감하게 그들을 살피고 모든 목회적 돌봄을 제공해야 하므로 늘 긴장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병원은 일반 직장과는 달리 24시간 내내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원환자 및 외래환자들을 맞아 의료 활동을 하는 관계로 2교대 내지는 3교대 근무를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항상 상주해야만 합니다. 평상시의 업무도 긴장과 과로가 끊이지 않지만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사태와 같은 전 세계적 장기적 감염사태가 발생하면 때로는 자기 교대시간이 끝나도 며칠씩 몇 주일씩 집에도 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쪽잠을 자며 시도 때도 없는 응급 콜에 대처해야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국과 같은 나라들이 모범 방역국가로 칭송받게 된 것은 대통령이나 정치 지도자들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이런 최전선 의료진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작금의 상황에서 각 도시와 지방에 소위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여기서 배출되는 의대생들을 집중적으로 지방진료소나 최전선 근무지에 의무적으로 배치한다는 선심성이고 정치적인 졸속 발표를 함으로써 현 병원 전공의와 의대생들뿐 아니라 전문의와 교수들까지 가세하는 양상으로 심히 우려할만한 의료위기사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휘발유를 끼얹은 것은 공공의대 입학자격으로 시민단체나 지자체장들이 추천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가뜩이나 땅에 떨어진 어용 시민단체들의 편향성 때문에 아직도 시끄러운 상황에서 의대생마저 시민단체들의 추천으로 입학자격을 얻는다고 하니 인간의 생명과 응급환자의 치료를 위한 고도의 훈련과 지적능력을 요구하는 의사의 자격이 정치적인 동기로 저평가되어 오로지 수적 양산에만 목적을 둠으로써 의사의 자격 및 자질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환자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 맡아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현 의료진들을 파업이라는 초강수로 몰고 간 동기가 된 것입니다.

물론 생명을 맡아 촌각을 다투며 환자들을 돌보는 신성한 의무를 다해야할 의사들이 파업을 통해 국민들과 환자들 및 그 가족들을 불안하게 하는 그 어떤 행위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사태는 의사협회와 정부 관계자들이 어떤 불순한 동기나 의도 없이 마주앉아 하루속히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임에 분명합니다. 대화에는 양보와 타협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 어떤 좋은 의도와 목적이 있다고 해도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은 결단코 피해야만 합니다. 파국의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전가하는 구태의연한 정치적 발상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안전과 환자들의 치유를 최우선순위로 삼아 의견을 접근해가며 실용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지혜와 용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tdspark@gmail.com

09.1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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