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26일 프랑스 성당 테러는 IS가 서방과의 대결 전선을 전 세계의 교회와 성당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테러 행위를 기독교 대 이슬람 세력의 충돌이라는 ‘종교전쟁’의 틀 속으로 가져감으로써 전 세계 IS 추종자들에게 테러 의지를 더욱 고취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아울러 ‘종교전쟁 수행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해 점점 위축돼 가는 존재감을 키워보겠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 북부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자크 아멜(86) 신부를 참수한 IS 추종자들은 테러 당시 기독교 혐오성 발언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전했다. 그들은 성당 제단에서 신부를 무릎 꿇게 한 뒤 아랍어로 설교를 했다. 테러범들은 ‘기독교 세력이 우리를 파멸하고 있다’는 취지를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피에르 라파랭 전 프랑스 총리는 “테러 정황상 종교전쟁이 촉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IS가 기독교에 혐오감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기독교 계열인 콥트교 이집트인 21명을 참수하는가 하면 2014년 8월에는 이라크 내 기독교 소수파인 야지디족을 집단 처형했다. 지난해 1월에는 프랑스 잡지인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테러를 자행하기도 했다. 특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전개되는 IS 축출작전을 ‘서방의 십자군 전쟁’으로 규정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는 교회나 성당을 직접적인 테러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라크와 시리아 내 전쟁이 위기로 치닫고 서방 출신의 대원들도 각국의 통제로 더 이상 중동으로 불러들이기 어려워지면서 ‘현지테러’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테러 대상을 생활 주변의 교회와 성당으로 정해 ‘테러의 일상화’를 꾀하려 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교회와 성당이 전 세계 대부분에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낯선 이’들을 환영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출입도 자유로워 보안 측면에서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게다가 예배나 미사 때 수백명, 수천명이 운집하기에 테러 시 피해도 막대할 수밖에 없다. 소지품 검색 등 출입을 지나치게 통제할 경우 기독교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어 마땅히 손쓸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테러를 일으키기 좋은 이런 조건들 때문에 향후 비슷한 테러가 잇따를 전망이다. 교회와 성당은 생활 속 익숙한 장소여서 ‘아마추어 테러리스트’들도 테러 대열에 속속 끼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도 10대 2명의 초보 테러리스트들이 일으켰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추어들이 테러를 일으키면서 테러의 임의성(randomness)이 더 커졌고 사전에 막기도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프랑스24 방송은 27일 “보안으로 교회 테러를 막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국민들의 단결과 이웃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