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집에 가고 싶어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입했다가 IS의 실상에 환멸을 느끼고 탈출을 원하는 서양 청년이 최근 급증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외교관 등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들은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 내 외교 공관을 찾아오거나, 자국 정부에 몰래 메시지를 보내 IS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금까지 IS에 가입하고서 다시 자국으로 돌아간 서양 국적자들의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지만 수백 명이 유럽으로 복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가을 이런 청년들이 급증한 이래로 6개국 시민권자 150명이 자국으로 돌아갈 방도를 찾아 나서거나 실제로 스스로 귀국했다고 외교관들은 전했다.
IS가 2년 이상 장악한 주요 근거지인 이라크 팔루자와 시리아 락까에서 점점 세력을 잃고 수세에 몰리자 서양 젊은이들의 탈출 시도가 늘었다고 WSJ는 분석했다.
한때 서양인은 IS에 가입하면 조직에서 권력과 지위를 보장받고 공짜 음식, 집, 차량 등을 받는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국제동맹군 공습이 거세지면서 비축 식량이 떨어지는 등 환경이 열악해졌다.
IS에 가담했던 서양인이 고국으로 돌아가려면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국경을 접한 터키로 탈출자가 넘어오면 터키와 탈출자의 본국은 이 사람이 위험인물인지를 면밀히 평가한다.
제2의 파리 테러나 브뤼셀 테러를 막으려는 취지다.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는 프랑스나 벨기에 등 유럽 국적을 가진 IS 조직원들이 중동에서 훈련을 받고 나서 고국으로 돌아가 저지른 범행이었다. IS 탈출자는 터키 정보 당국에 최소 한 달 정도 억류되고서 본국 대사관으로 인계된다. 대사관으로 넘겨지고 나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다.
한 유럽 국가 외교관은 "단정치 못한 차림으로 터키 앙카라에 있는 대사관이나 이스탄불 영사관에 찾아와 여권을 분실했다며 재발급을 요청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있다"고 전했다. IS는 조직원을 가입시킬 때 여권을 압수한다. 최근 몇 개월간 서양인의 IS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IS가 터키 국경에서 가까운 시리아 도시 아자즈를 공격해 주요 탈출 경로가 위험한 상태다.
IS에 가입한 한 10대 북유럽 소녀는 6개월 전 아버지에게 "아빠 도와줘요. 탈출하고 싶은데 아이가 생겼어요"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아버지는 딸이 2013년 말 IS에 가입하겠다며 집을 떠나 락까로 간 이후 계속 집으로 돌아오라고 딸을 설득해왔다.
딸이 결국 'SOS'를 보내자 아버지는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집으로 가려면 우선 터키를 거쳐야 한다. 아버지는 이러한 사실을 전화와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통해 딸에게 전했다. 이 소녀는 도망치다 붙잡힐 게 두려워 아직 락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