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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샬롬!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인사드립니다. 

하마스의 기습으로 일어난 전쟁이 반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참 여러 일들을 경험하고 있는데요, 유월절이 시작되기 1주일 전에 찾아 간 성묘교회는 정말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물론, 이란이 미사일을 쏜 직후기에 사람들이 더 없기도 했겠지만, 성묘교회에 이렇게 사람들이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잠시 서 있는 것도 힘들었던, '골고다 언덕' 으로 추정되는 곳이나, 예수님 시신을 잠시 보관했다고 추정하는 '무덤 교회' 내부 에 들어가서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었습니다. 성묘 교회 안에 사람이 없어 아침 9시에 이렇게 여유 있게 사진을 찍 을 수 있다는 것이 한편 놀랍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참 착잡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되는 전쟁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많이 지쳐가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물가는 올라가면서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에 있는 평범한 서민들의 삶만 더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예루살렘 성 안에 있는 올드시티에는 수많은 아랍인 상점들이 있습니다. 성지 순례를 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데, 현재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거나, 단축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관광객들이 많이 줄고, 또한 여러 위험성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다보니,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곳을 한 번이라도 방문하신 분들은 유월절을 한 주 앞두고 올드시티 안에 있는 상점들이 이렇게 사람이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으실 겁니다. (유월절 기간에는 그나마 조금 붐비기는 했네요). 그만큼 평범한 이들의 삶이 더 힘들고 피폐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빨리 전쟁이 종식 되고, 이 땅에 회복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지금도 성경에 나오는 절기들을 다 지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유대력을 사용해서 절기를 지키기에 서양 달력과 차이가 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종종 유월절과 부활절 기념 주일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올해는 거의 3주 이상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3월말에 부활절 기념 예배를 드리셨겠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지난 4월 22일부터 일주일간 유월절 명절이 지켜졌습니다. 올해 역시 많은 가게들은 혹시라도 유월절 기간 동안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알지 못해서 먹지 않도록 아예 구석 한 쪽을 흰 천으로 가려서 물건 자체를 살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구약이 여전히 실현되는 독특한 나라가 이스라엘입니다.

저희는 이번 유월절 기간 중 저희가 예배를 드리는 메시아닉 유대인 교회에서 개최 하는 유월절 만찬(페삭 세데르)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전통을 제대로 따른 만찬은 축복 기도문, 노래, 식사 등의 여러 절차를 행하며 3시간여의 시간에 거쳐 진행됩니다. 저희가 참석한 만찬은 간략하게 줄인 만찬이었지만, 유월절 스토리 (하가다-유월절 절기를 지키는데 사용되는 모든 절차, 순서 그리고 방법을 알려주는 것)를 따라 진행되기는 했었습니다. 유월절의 만찬은 특히 다음 세대에게 이집트로부터의 해방과 동시에 죄에서 해방시켜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게 함으로 교육하는 시간입니다.

간략하게 저희가 경험한 것을 말씀드리자면, 촛불을 켬으로 만찬은 시작되는데, 우리의 빛과 구원이신 주님을 상징합니다. 4번에 걸쳐 같은 잔에 포도주를 나눠 마십니다. 이는 하나님이 당 신의 백성들에게 하신 "너를 데리고 나오리라, 너를 자유케 하리라, 너를 구속하리라, 나의 백성으로 삼으리라"의 4가지 약속을 기념합니다. 잔은 차례로 성결의 잔, 구원의 잔, 구속의 잔 그리고 찬양의 잔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중간 중간에 축복 문을 읊으며 마십니다.

녹색 야채(파슬리나 상추)는 짠 소금물에 두 번 찍어 먹으며 노역으로 인해 흘렸던 조상들의 눈물을 기념합니다. 누룩 넣지 않은 빵 (맛짜)은 3개를 천으로 쌉니다. 이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조상을 상징한다, 혹은 세 종류의 예배자 (제사장, 레위인, 회중)의 연합을 상징한다는 등의 여러 설이 있습니다. 믿는 자들에게는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상징합니다.

쓴 나물은 종살이의 노역과 어려움을 상징합니다. 과일을 갈아서 만든 카로셋은 달달한 맛으로 쓴 나물 옆에 두는데, 이는 벽돌을 쌓는데 사용했던 역청을 기념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시는 하나님의 도움을 상징합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어린양의 뼈는 우리를 위해 희생당한 양의 피와, 그 피가 주는 구원을 상징합니다.

전통 만찬은 식사 시간에도 여러 절차들이 있지만 저희는 식사시간에 같이 앉은 사람들과 교제 하며 삶과 간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편지에서도 나눴지만, 장기화되고 있는 전쟁과 나라 안팎의 소요와 혼란, 분열로 인하여 이러한 절기들은 예전의 즐거움과 축제의 분위기가 많이 줄었음을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절기들은 많은 절차들을 가짐으로 잘 지켜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단단하고 강퍅해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렇게 절기와 법을 통해 철저하게 찾는 하나님을 이제는 아버지로서 만나고, 그 분의 사랑의 마음을 깨달음으로 이들의 마음이 녹고 영안이 열릴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5월 기도제목

 

1. 이 땅의 전쟁이 속히 끝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일상의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2. 저희 가족이 한 팀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달하는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도록

3. 저희 가족에게 필요한 차량을 구입하는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방법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수남, 김은성 선교사

05.1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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